이수형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늦은 밤 검사의 집에 쳐들어가기도 하고 검찰청 여자 화장실 휴지통을 뒤지기도 하며 차가운 검사실 철문에 귀를 대고 엿듣기도 한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진실은 세상을 변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정말 세상이 변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오프라인 시대에서 온라인 시대로 바뀌었다.
그러면 우리가 질문하는 방식도 변해야 하지 않는가.
지난해 8월14일부터 3주동안 미국 탐사보도협회(IRE)의 ‘컴퓨터 활용 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연수에 다녀왔다.
연수에 함께 참여했던 순천향대 이민규교수와 함께 ‘하이테크 저널리즘’을 우리 현실에 적용해보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지난해 9월부터 3개월여에 걸쳐 검찰 인사를 분석했다.
먼저 ‘전국검사배치표’의 1992∼2000년도 자료 8개를 입수, 전국의 모든 검사들을 소속과 직급 보직별로 컴퓨터에 입력했다. 입력한 검사 수는 매년 1000명 내외로 연인원 8000여명에 달했다. 또 ‘한국법조인대관’을 통해 검사 개개인의 생년월일과 출신지역, 출신고교 및 대학 등 신상정보를 입수, 자료에 추가입력했다. 부족한 자료는 인터넷 법률정보 사이트와 각종 인명록을 보충하고 검증했다. 위의 어느 곳에서도 파악이 안된 정보와 자료는 검찰 내부 취재를 통해 확보했다.
데이터베이스의 분석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셀’과 ‘엑세스’를 이용했다. 각 검사들의 자료를 엑세스에 입력해 SQL(Structure Query Language)을 활용, 필요에 따라 다각도로 분석했다. 예컨대 각 지역별 고교별 대학별 성별로 전체검사를 그룹핑(Grouping)하고 정열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또 이 자료를 엑셀로 옮겨 각종 비율과 통계, 그리고 그 추이를 파악하여 도표를 도출했다. 이렇게 해서 최근 9년간 검찰인사의 지역적 편중도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결과 대표적 권력기관인 검찰의 인사가 각 정권에 따라 지역편중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인사가 정치권의 바람을 심하게 타고 이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보도 이후의 반향과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으면서 ‘CAR의 위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기자 정신, 끊임없이 질문하고자 하는기자로서의 ‘아날로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은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수단이다. IRE의 브랜트 사무총장도 연수 맨 마지막 시간에 이 점을 강조했다.
함께 작업을 해준 이민규 교수와 연수기회를 준 한국언론재단, 그리고 데스크와 편집국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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