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은 TV방송사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로 부르며 비판한다.
방송사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얽매여 사회적 윤리를 내팽개 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TV방송사가 자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백번 맞는 말이다. 단지 시청률 경쟁이라는 치열한 현실 속 관련 종사자들만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볼멘소리를 할 뿐이다.
그럼 눈을 인터넷으로 돌려 신문사들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올려놓은 뉴스들을 보자.
사진기사와 12개의 메인 노출 기사는 성(性)과 폭력, 돈(金)과 연관된 기사로 도배돼 있다. 그마저도 기사를 클릭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낚였다’는 기분에 씁쓸하고 허탈하게 만든다.
선정적인 기사로 치장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반 기사까지 ‘낚는 제목’으로 누리꾼들을 속이는 게 지금 신문사들의 뉴스캐스트 현실이다. 막장 드라마를 비판했던 신문사들이 지금 인터넷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다.
“낯 뜨거워 자녀들과 볼 수가 없다”고 막장드라마를 비판했던 신문 논객들. 그들은 자사의 인터넷 뉴스를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신문사들은 “네이버가 첫 화면의 뉴스 편집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편집권을 요구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올해 초부터 ‘뉴스 캐스트’라는 틀을 만들어 편집권을 각 신문사에 돌려줬다. 신문사들은 초기에 자사 홈페이지의 클릭수가 늘어나자 “그렇지” 하며 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TV방송사가 시청률에 허덕이듯 신문사들도 트래픽(방문객수) 경쟁에 빠져들었다. 한 주요 언론사 인터넷 팀장의 말이다. “매일같이 회사 간부들이 트래픽 순위를 체크하는데 윤리가 들어갈 틈이 있겠나”라고 반문한다.
트래픽 경쟁은 타 언론사의 ‘눈에 띄는 기사’를 그대로 베끼는 일을 일상사로 만들어 버렸다. 앉아서 베껴 쓴다고 해서 ‘체어(Chair) 저널리즘’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도 생겨났다.
누리꾼의 비판이 빗발치자 네이버는 지난 11월 옴부즈맨을 도입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신문협회는 ‘편집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스로 트래픽 경쟁에 뛰어든 신문사들은 앞으로 자사 홈페이지의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시비, 댓글 본인실명제로 인한 주민등록번호 관리 부담 등으로 지금보다 더한 홍역을 치를 것이다. 한 주요 포털사 임원은 “신문사 스스로 자정운동을 펼칠 수밖에 없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 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의 인터넷 저널리즘 전략은 포털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문사들의 ‘이상한 뉴스캐스트’는 결국 해당 언론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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