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방송특보들에 대한 보은잔치

한동안 잠잠하던 낙하산 투하가 다시 시작됐다. 언론사와 언론유관단체 수장 자리에 떨어지고 있는 이른바 ‘특보 낙하산’이다.

최근 차용규 전 울산방송 사장이 경인지역 민영방송 OBS 경인TV 사장에 선임됐다. 그 역시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방송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새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신문에도 특보 출신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방송특보와 언론특보는 모두 40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이미 투하된 ‘낙하산 인사’는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방송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사장, 구본홍 YTN 사장, 임은순 신문유통원 원장, 서옥식 한국언론재단 이사,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이성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본부장, 김현일 한국방송광고공사 감사, 기세민 신문유통원 경영기획실장, 차용규 OBS 경인TV 사장 등 무려 10명에 이른다. 나머지 30명 중 청와대와 국회 등 정·관계와 한국토지공사나 한국철도공사 같은 비언론단체에 진출한 18명을 빼면 아직도 12명이 낙하산 투하 대기 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대로라면 이들 12명의 특보 출신들에게도 빠짐없이 한자리씩 ‘전리품’을 나눠줄 태세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아직 4년이나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투하 행태는 과거 정권과도 비교된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 미미하던 언론특보는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캠프와 이회창 캠프에서 구체화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정부도 언론특보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준 적이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는 3명에 그쳤다.

이와 견줘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투하는 참여정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노골적이다. YTN 낙하산 사장 구본홍씨에 대해 노조가 2백일 넘게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꿈쩍 않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서동구씨를 KBS 사장에 기용하려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자 8일 만에 철회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요구받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언론사 사장에 특정 후보의 언론특보 출신이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상식에 가깝다. YTN 노조가 구본홍 사장을 향해 “정치인은 정치를 하라”고 외치는 것도 이런 상식적 요구와 다름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언론사에 쉼없이 낙하산을 투하하는 것은 자신을 도와준 인사들에 대한 보은과 밥그릇 챙겨주기다. 본질적으로는 언론을 정권의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전방위적 언론장악 의도와 저의가 깔려 있다. 언론유관단체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코바코 독점 체제를 해체하려는 시도에 대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코바코 사장은 직원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인데도 제대로 저항 한번 하지 않고 있다. 언론재단과 신문유통원은 배고픈 지방언론 지원책보다 배부른 보수언론을 더 고려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언론을 장악하려 해도 그것은 일장춘몽일 뿐이다. 고작 몇 해 동안 영화를 누리겠다고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덧없는 행동을 중단하기 바란다. ‘특보 낙하산’ 투하를 당장 멈추고 이미 투하한 ‘YTN 낙하산’, ‘OBS 낙하산’, ‘코바코 낙하산’ 등을 이쯤에서 접길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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