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두 해째를 맞았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잘난 자와 못난 자,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새해를 맞아 이 땅에 행복과 번영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은 일치된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희망과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슬픔이 앞선다.
신년 벽두부터 들려오는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미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거리에는 다시 노숙자가 늘고 있고, 인력시장은 일용직 인부들로 넘쳐난다. 외환위기 이후 거듭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회적 안전망은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국민들은 마치 이 같은 불황을 예측했던 것처럼 ‘경제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경제 대통령은 올해 경제위기 극복에 총력을 쏟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던 경제 분야에서 신뢰를 몽땅 잃어버렸다. 21세기 디지털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후된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면서, 대통령과 경제 수장이 한꺼번에 ‘한국판 리먼 브러더스’라는 조소의 대상이 돼버렸다. 경기 진작을 위한 긴급 처방으로 제시한 4대강 정비사업 역시 건설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1970~80년대식 사업인 데다, 대운하 건설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냐는 것이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종부세 완화와 부동산 규제 철폐다.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지지층에게 전리품을 챙겨준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가히 ‘강부자’ 정권이란 말에 걸맞은 행보를 한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동안 재벌들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로막던 규제를 풀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재벌들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하고 나선 세계경제의 흐름에는 관심이 없다. 현 정부에 경제 살리기는 곧 재벌 살리기와 한가지다. 경쟁력이 약한 중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퇴출 대상일 뿐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지지층, 우리 사회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한 최상층을 위한 ‘계급정치’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이 계급정치가 마치 모두를 위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에게 반대되는 모든 사회정치 세력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파시즘적 경향을 띠고 있다. 여당 의원들도 잘 모르는 법안을 한꺼번에 85개나 날치기하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표적인 방증이다. 국회를 과거 유신시대 ‘통법부’ 정도로 폄훼하는 조야한 인식 수준인 것이다. 사회적 비판세력을 막기 위해 언론과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생각 역시 지극히 고전적인 파시즘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다. 끊임없이 법치주의를 강조하지만 이 역시 법을 빙자한 강압적 통치수법일 뿐이다. 한때 경제위기를 불식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제는 오히려 경제위기감을 적절히 증폭시켜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계기로 이용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명박식 계급정치는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축출되기 시작한 과거형 정치다. 과거 군사정부와 달리 권력의 기반은 선거라는 합법화된 형식을 통해 마련됐지만, 집권 후 통치 행태는 이미 다수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낡은 정치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계급정치적 속성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민심이반 현상은 가속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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