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언론담당 특보를 지냈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임명되면서 촉발된 YTN의 공정방송 투쟁이 어느새 넉 달을 넘겼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막다른 길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추세라면 YTN 사태는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숱하게 남길 것으로 보인다. 사실 1백20일 넘게 단일 언론사로서 보기 드문 긴 투쟁을 하면서도 기자들을 비롯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투쟁의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보도국장이 보도국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그의 인사권이 사원들에 의해 묵살되고 있다. 물론 사장이 제대로 출근도 못하는 상황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모든 ‘기록’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구본홍씨 한 사람뿐이다. 진정 구씨가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자진사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 여당에서조차 이제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YTN 문제의 전향적인 해결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구본홍씨와 경영인으로서 그의 능력에 대한 정부 여당 내의 의구심은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구본홍씨는 이미 MBC에 머물 당시에도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 엄청난 문제를 야기했다. 그 결과 MBC 내부의 반발은 최문순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사장으로 탄생시키는 역설적 결말을 낳기도 했다. 현 정부 여당에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였고, 앞으로 YTN 사태의 장기화가 낳을 수 있는 또 하나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구본홍씨는 그런데도 아직 사태의 시급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80년대 언론통폐합 이후 최대의 언론인 대학살을 자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강철원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새로운 구원투수로 내세워 내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구본홍 체제의 ‘마지막 구원투수’인 듯 강철원 직무대행은 임명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 개인들의 성향을 조사하는가 하면, 차장급 기자들의 기사 승인권을 개인성향에 따라 선별적으로 박탈했다. 또 회사와 ‘수장’의 이미지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신보도 지침’을 내려 사원들을 어리둥절케 하는가 하면, ‘공정방송’이란 문구가 YTN 로고 화면에 함께 노출됐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YTN은 이제 더 이상 공정방송이 아니라는 뜻인가.
강철원 직무대행은 청와대와의 교감의혹이 제기되자 대학친구인 이동관 대변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서슴없이 실토하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해도 너무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본홍씨가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본인의 의지라기보다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이 더 이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을 보면 청와대나 정부 여당으로서도 이제는 더 이상 구본홍씨를 동반자로 여기기는 어려워진 듯하다. 차마 스스로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 조만간 버려야 할 계륵으로 여기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라는 거대 담론을 떠나 개인적인 치욕을 더 이상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구씨는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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