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엠바고 거부' 출입처마다 비상

'9개월 조간지용관행 개선' 요구.. 총리실·청와대 ·보건복지부 등 기자실 출입정지

문화일보의 엠바고 거부 선언으로 각 정부부처 출입처에 초비상이 걸렸다.

총리실, 청와대, 보건복지부 기자단은 문화일보 출입기자들에게 차례대로

출입정지 3개월 징계를 결정했으며 앞으로도 징계 사례는 더욱 늘어날 추세다.



그러나 문화일보는 전 기자가 기자실 출입정지 조치되더라도 일부 언론사 편위

위주의 엠바고 남발 사례가 시정될 때까지 엠바고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김호준 편집국장은 20일 "일부 출입처 기자단의 자의적 엠바고 남발

사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9개 조간신문의 편의를 위해 전

언론사가 엠바고를 받아들이는 관행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문화일보는 이에 앞서 김 국장이 주재한 17일 부장단 회의에서 엠바고

거부 결정을 내리고 각 출입처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토록 했다. 이 원칙에 따라

총리실 '부패방지대책'과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법' 기사는 하루씩 앞당겨진

17일자에 보도됐다.



문화일보의 엠바고 거부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문화일보 청와대

출입기자는 20일자 '한-미-일 정상 첫 3자 회담' 기사로 3개월 출입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기사는 외교부 출입 공영운 기자가 작성한 것. 공 기자는 "청와대측이

APEC 일정과 관련 공식적으로 엠바고를 요청한 적이 없고 기자실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나 결정도 없었음에도 '대통령 일정은 엠바고로 하는 것이 관행'이란 이유로

부당한 제재를 가했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담은 이미 국내 언론에서 10여 차례

보도한 바 있어 대통령 일정이란 이유로 엠바고를 결정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공 기자는 한@소 수교 3개월만인 90년 1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모스크바 방문 계획을 MBC 최명길 기자가 특종 보도한 사례를 들며

청와대의 정보누출자 색출지시에 여러 당국자가 연행돼 조사받았지만 최 기자에겐

어떤 제재도 없었다고 분개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부장단은 즉각 회의를 갖고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편집국 모든

기자가 참여한 대책팀을 가동, 전사적 차원에서 결연한 대처를취하기로

결정했다. 대책팀의 실질적 지휘를 맡은 한 간부는 "지방신문 대부분이 석간이고

방송사, 통신사의 수까지 합해 양적으로도 중앙지 9개사보다 훨씬 앞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조간 편의주의에 길들여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물론

국익이나 수사권을 방해하는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한 이 국장은 "자유로운 취재와 신속 보도는 언론사 입장에서

정당한 정보의 몫을 찾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란 언론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문화일보 지회(지회장 정하종)는 20일 성명을 통해 "엠바고 남발은

특수계층의 정보독점 현상과 엠바고 기간동안 다중을 정보에서 소외시키는

정보지체 현상을 초래하는 부작용에서도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언론계 전

기자들에게 엠바고 설정 기준의 전면 재검토 등 4개항 결의를 제안했다. 이는

▷각 출입처내 기자 토론회 개최 ▷엠바고 설정 절차의 정확한 규정과 이행

▷엠바고 범위 최소화 노력 ▷국익과 언론의 기능에 어긋난 엠바고 수용 불가

등이다.



타사 기자들은 무분별한 엠바고 남발 관행 개선에는 원칙적 찬성이나 불보듯 뻔한

취재전쟁에 피곤한 기색부터 내비쳤다. 또한 일부 기자들은 "그러면 엠바고 설정

전부 문화일보 기자들이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함께 "문화일보 역시

석간용 엠바고를 달라는 자사이익 차원의 주장"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엠바고 관행에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다수 기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 연합뉴스에 이어 중앙일보도 사내 강령에 엠바고

불성립 규정을 별도로 정한 바 있어 집단 이기주의에 기초한 엠바고 배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일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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