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가 노골적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인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대의명분은커녕 그럴싸하게 포장하려는 최소한의 시늉조차 생략해버렸다. 합리적 근거도, 절차도 안중에 없다. 사고의 합리성은 실종됐다. 그저 서둘러서 언론 수뇌부를 장악해 여론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통제하고 주무르려는 의도만이 횡행할 뿐이다.
이명박 정권은 과거 군부독재정권에서도 흉내내지 못할 것들을 버젓이 행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20년, 30년 전으로 훌쩍 후퇴시키려하고 있다.
한 번 훑어보자. 이명박 정권이 불과 두어 달 남짓 동안 언론에 저지른 일들이 무엇인가 말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민일보기사 누락, YTN 돌발영상 외압논란,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KBS 정연주 사장 사퇴 압력이 대표적이다.
또한 MBC PD수첩 민형사 소송 추진, 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MBC 민영화 발언,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사퇴 압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뿐이랴. EBS 광우병 보도 외압, 청와대 출입기자 등급제 추진, 청와대 오프더레코드·엠바고 남발, 최시중 포털사이트의 쇠고기 관련 댓글 삭제 압력 등… 그저 나열하기에만도 숨이 찰 지경이다.
현재 전국민의 70% 이상을 분노케하고, 반독재 투사로 변모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광우병 위협에 대한 온갖 거짓말과 위협은 별개로 해도 이 만큼이다.
정연주 사장의 사퇴에 반대하고 있는 KBS의 한 이사는 소속 대학으로부터 물러나라는 압력까지 받았다. 또 보수정치단체가 자의적 자료를 갖고 요구한 KBS에 대한 감사청구를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일주일만에 전격 받아들였다. 위법은 아니라도 명백한 ‘정치 감사’, ‘표적 감사’로 볼 수밖에 없다.
법도, 상식적 절차도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 부문에 관련된 일련의 행동만으로도 지난 20년 동안 이뤄낸 민주주의 역사적 발전성과를 파괴했다. 또한 민주주의 발전의 주체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자괴감을 안겨줬다.
이명박 정권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설령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고 KBS를 완전히 장악해서 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땡박뉴스’를 쏟아내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또 한국언론재단과 YTN, 아리랑TV 등 다른 언론기관의 인사권을 통제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삼고,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려 해도 역시나 이명박 정권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일시적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펄펄 살아 숨쉬는 국민의 여론을 통제하려했던 동서고금의 모든 정권은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졌음이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아무리 언론을 탄압하더라도 진실을 보도하려는 건강한 언론현장의 붓대는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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