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언론정책을 보면서 우리는 군사정부 시절 권언유착이 도래하지 않을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12·12와 5·17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은 언론통폐합을 단행해 군사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띤 기자들을 현직에서 대량으로 숙청했다. 이 과정에 방송은 물론 신문까지 모두 친정부 기관지로 바뀌어 버렸다.
두 경우 모두 군사정권이 강압에 의해 비판적인 언론을 말살하고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환경을 만든 대표적인 경우다. 이른바 ‘권언유착’의 탄생과정인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권력의 언론통제는 보다 교묘해졌다. 소위 ‘YS장학생’이란 말이 나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1997년 정권교체 이후 권언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군사정부의 입맛에 맞게 재편된 기존 보수 언론의 시각에서 볼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자 민주화 바람에 편승한 보수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빙자해 새 정부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논조를 키워왔다. 권언 관계가 ‘유착’에서 ‘긴장’ 관계로 접어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이 관계는 ‘상호 적대적인’ 관계로까지 갔지만, 언론의 자유 제고와 권언유착의 단절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방송 역시 민주화와 더불어 자율성을 높여왔다. 물론 방송사 사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력이 직,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재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뉴스 편집과정에 권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점차 소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권언유착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과거로의 회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국민일보 기사 미게재 소동은 그 단적인 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서는 인적 청산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인 경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청산” 발언에서 시작돼, 청와대의 지원 하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앞장서며 연일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참여정부 출신 기관장들’의 사퇴 압력 속에는, 무엇보다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사인 KBS의 사장을 바꿔보자는 속내가 깔려있는 셈이다.
MBC에 대해선 민영화 카드를 들고 있다. 한 나라에 공영방송이 한 개만 있으면 된다는 궤변을 내세워 MBC를 재벌의 손아귀에 맡기겠다는 심산이다. KBS처럼 정권의 변동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과 이해가 맞는 재벌을 통해 영원한 보수 언론으로 남기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새로이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처하는 인사가 내정된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초반 서동구씨가 KBS 사장에 임명되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서씨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선거 고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생결단 식으로 반대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송과 통신을 한꺼번에 장악하게 될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우는 하물며 더 말한들 무엇 하겠는가. 바야흐로 권언유착이 다시 현실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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