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논란의 도마'에 오르지 말아야

우리나라의 언론 사주는 앞으로 따로 외부에서 보디가드를 고용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최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삼성 특검 출두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중앙일보 일부 기자들이 홍 회장 ‘보디가드 역’을 하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삼성특검 영상취재 기자단에 따르면 해당 중앙일보 기자들은 의도적이라 할 만큼 동료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다.

특히 중앙일보 몇몇 사진기자들은 홍 회장의 삼성특검 조사 후 귀가 과정에서 다른 취재진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가로막았으며 현장 기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포토라인을 편의적으로 설치하는 ‘친절함’까지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영상취재단은 5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취재활동 방해 과정에서 “한 방송사의 카메라가 파손되기도 했고 홍 회장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취재하려했던 기자들은 중앙 기자들에게 끌려 나가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과도하게 사주를 보호”하려는 입장에 선 해당 기자들의, 동료 기자들에 대한 취재방해 행위를 보면서 같은 기자로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해당 중앙 기자들은 앞으로 입장을 바꿔 그들 자신이 다른 취재를 하려 할 때 이른바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이처럼 폭행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무엇보다 앞으로 현장 동료 기자들의 얼굴을 무슨 낯으로 쳐다볼 것인가.

일부 중앙일보 기자들의 홍 회장에 대한 ‘과잉충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홍 회장은 1999년 탈세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됐을 때도 현장에 도열한 일부 중앙 기자들이 “홍 사장, 힘내세요”라는 발언 때문에 논란을 빚었다. 이어 2005년 11월 12일 ‘X파일 사건’으로 홍 회장이 귀국할 당시 중앙 기자들이 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가 하면, 같은 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때도 사진부 기자가 기습시위를 벌인 민노당 당원을 저지한 일로 ‘경호원’ 논란을 일으켰다.
기자단은 이번 사건이 사주가 있는 언론사 기자들의 현장 취재 도덕성에 심각한 상해를 가한 매우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다. 마땅히 해당 기자들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자단이 성명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번 취재 질서 문란행위는 바로 “자본과 언론의 자유가 분리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매우 침통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홍 회장 자신이라 할 수 있다. 홍 회장은 보광그룹 탈세사건, 안기부 X파일 사건, 에버랜드 사건에 이어 이번 소환으로 인해 수사기관에서 네 번째 조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 역시 삼성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에 중앙일보와 관계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와중에서 벌어진 일이다.

홍 회장이 프랑스 문호 발자크가 말했듯 ‘순수한 신문인’이었다면 벌써 스스로 용단을 내림으로써 도덕성이 생명인 언론의 정도를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냥 고결한 도덕성만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욱이 자본과 언론이 결탁한 현 세태에서는 말이다. 홍 회장에게 우리는 최소한의 상식적 기대를 바란다.

앞으로 사주 보호를 위해 나서는 일부 기자들로 말미암아 논란의 도마에 계속 오르는 일만은 피하는 현명함을 말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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