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취임 일성으로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외쳤다. 정치 외교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언론계에도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정부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 주시고…언론인도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언론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한국기자협회는 그동안 언론, 시민단체 세력들과 함께 ‘미디어 10대 개혁과제’를 밝혔다. 공공적 미디어구조의 확대를 비롯해 정보공개 확대, 여론다양성 보장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정보공개의 확대는 일선 기자들에게 중요한 현안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정보공개법을 재개정할 의사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시민단체가 요구한 자문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위원회는 자문위원 이름과 직책의 공개를 요구한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자문위원단 명단을 발표했던 것과도 대조된다.
행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데 있어서 정보공개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과 언론이 국정정보와 행정정보에 접근해 이를 정확히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들은 올바른 정보를 통해 국정과 행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정부의 비밀주의와 독단주의를 배격하기 위한 민주정치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 논의는 지난해부터 논의돼 왔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기사송고실 통폐합 조치에 대한 반발이 일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정부와 5개 언론, 시민단체는 정보공개법 개정을 위한 전략팀을 구성해 개정논의를 진행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합의 초안을 만들었다. 핵심초안은 정보공개위원회를 확대 강화해 상설화 시키는 것이었다. 또 악의적인 정보 비공개나 정보 위·변조 등 정보공개 방해 행위에 대해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 개정 합의 초안’은 묻힐 위기에 처해 있다. 노무현 정부는 합의초안에 대한 정부부처의 반대의견을 조율해 정부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추가적인 논의나 조치없이 입법을 지연시켜 왔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5개 단체는 22일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의 직무유기와 약속위반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이명박 정부가 정보공개법 개정 합의안에 대한 입법절차를 서둘러 줄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가 기사송고실 복원은 약속했지만 정보공개법 개정에 적극 나설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개정 합의안에 역행하는 법률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법률안은 대통령 직속 정보공개위원회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행정부 소속기관이 정보공개 대상 기관인 입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와 감사원 등 헌법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게 된다. 특히 ‘합의안’에서 정보공개위원회에 정보공개 관련 행정심판 기능을 부여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정보공개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둬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목표를 선진화에 두고 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선진화는 정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는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하게 정책결정을 하고 그 정책결정을 판단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새 정부의 선진화는 정보공개 강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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