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가 ‘언론사찰’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부 출신 박모 국장을 통해 주요 언론사 간부들의 각종 신상 정보와 함께 ‘성향’까지 파악한 것이 그것이다. 이는 향후 들어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를 가려내겠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광고주들에 대한 조사까지 병행한 점이다.
갈수록 언론사의 생사여탈이 광고에 달려있음은 불문가지인데 이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와 별도로 문광부에서 탈법적으로 주요 신문사 내부 동향까지 조사하고 나섰다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를 ‘옥의 티’라고 했으나 오히려 향후 언론정책의 몸통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인수위의 이경숙 위원장은 임명 당시부터 5공 당시 국보위 출신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인물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인수위의 수장자리에 올랐던 그가 당연히 5,6공 당시 언론사찰을 연상시키는 사실을 접하고도 일언반구 없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고나서야 사과한 것은 잘못된 처사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단순히 이 위원장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관련 자료를 즉시 폐기하고, 보고서를 올렸던 문광부 담당 국장이 백배 사죄한다고 문제가 덮어지지는 않는다. 보고서 제출 시점이 이 달초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자료는 충분히 회람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국장이 개인적으로 직권남용혐의로 사법적 처리를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단순히 한 개인의 공명심에 의한 돌출행동이라고 믿기 어렵다.
보고서를 새벽에 작성하느라 ‘성향’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했다고 하는 데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명박 당선자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여론의 독과점을 위한 신문과 방송 겸영 등 제반 쟁점 이슈를 정부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언론통제와 관련, 과거의 투박한 총칼이 아니라 현대의 검은 자본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인수위가 의혹에 대한 성실한 해명과 철저한 후속 조치 없이 이번 사건에 대한 인수위 자체의 조직적 연루 의혹 보도에 대해, 최근 모 언론사에 대한 일부 검사들의 행태처럼,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말로 인수위가 무고하다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 절차를 스스로 밟아 일벌백계해야할 것이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특히 문광부가 앞으로 폐지될 국정홍보처의 기능을 흡수해 과거 신군부의 하수인 역할을 하듯 여론조작에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는 만큼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차제에 인수위원회는 기자실 복원이라는 눈에 보이는 시늉만 할 것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얘기했듯 ‘언론의 자유보장’이라는 대원칙에 그 어느 정권보다 충실하다는 평을 받기 위해 정부의 취재제한 조치를 과감히 철폐하고 정보의 투명한 접근을 위한 제반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그것만이 작금의 언론사찰 의혹을 속 시원히 해결하고 정권과 언론과의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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