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가위 ‘황금연휴’가 다가왔다. 올해 한가위 연휴는 주말과 이어져 ‘빨간 날’만 나흘이고, 토요일까지 포함하면 닷새나 된다. 제조업체를 비롯해 일반 기업체들 중 일부는 아예 선심을 쓰면서 일주일 동안 쉬기로 한 곳도 있단다. 주말을 앞뒤로 붙이면 연휴가 9일간이나 이어질 수도 있다.

일반직 셀러리맨들이 황금연휴에 부풀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자 사회에서는 한숨 소리부터 들린다. 기자들에겐 이번 연휴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기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신문사는 해마다 두 번씩 명절이 다가오면 ‘며칠간 휴간할 것인가’를 두고 타사 눈치보기에 들어간다. ‘눈치 전쟁’은 올해도 어김없이 진작부터 펼쳐졌다.

기자들은 타사 동료들에게 휴간일정을 물어가며 열심히 정보보고를 올린다. ‘A사는 이틀만 휴간한다더라’, ‘B사는 빨간날 나흘 모두 쉰다더라’라는 등등의 내용이다. 이번처럼 연휴가 길 때면 ‘눈치 전쟁’은 더더욱 치열해진다. 서로 결정을 미루고 ‘버티기’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번 연휴 때는 이런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몇몇 신문사가 휴간일을 하루 단축해 사흘만 신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이틀만 휴간하는 신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간일 앞뒤로 절반씩 근무해 신문을 제작한다 하더라도 연휴 기간은 3~4일에 불과하다. 물론 소신껏 4일 모두 휴간하기로 한 신문사도 있다. 앞뒤로 하루씩 더 쉴 경우 최대 닷새까지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연휴기간 신문을 발간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배달 체계다. 신문 배달원들도 연휴를 즐기는 탓에 보급소에 따라 배달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휴 기간에는 배달 사고가 유난히 많다. 그러나 보급소에 신문배달을 의뢰해도 전화조차 불통인 경우가 허다하다. 보급소에 직접 찾아가면 사람은 없고 배달되지 않은 신문만 쌓여 있다. 신문사가 무리해가면서 휴간일을 줄일 필요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도 신문기자들은 방송기자 보다 사정이 낫다. 신문기자는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닷새까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은 2~3일 가량 쉬는 게 고작이다. 그것도 잇따라 붙여서 쉬기는 여의치 않다. 동료에게 사정해 가며 근무를 바꿔야 겨우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어렵사리 방문한 고향집에서 차례 지내고 부랴부랴 상경하기 바쁜 게 방송기자들의 현실이다.

연휴기간에는 취재도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관공서부터 일반 기업체까지 모두 문을 닫으니, 취재원 접근부터 여의치 않다. 명절 연휴를 즐기는 상대에게 전화를 걸기부터 겸연쩍다. 사실 출근해 봐야 할 일도 별로 없다. 출입처나 회사에서 낮잠 자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소일하며 ‘상황 대기’하는 게 고작이다.

연휴 때 나오는 기사는 출입처마다 연휴 직전에 엠바고를 걸어두었다가 ‘연휴용’으로 푸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송은 사전에 이미 제작을 마쳤고, 신문도 출고가 완료된 경우다. 또 연휴 때는 연성화된 기사가 많다. 묵직한 기사는 연휴가 끝난 뒤 내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방송기자들도 최소인원으로 근무가 가능하다. 비상근무 체제를 보다 확고히 갖춘다면 큰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가 아니라면 편히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올 한가위 연휴에는 기자들도 ‘사람 구실’ 좀 하도록 신문은 4일 휴간, 방송은 최소인원 근무 시스템이 보장되길 바란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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