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4대 위원장, 부위원장 보궐선거에서 최상재, 김순기 후보가 당선되면서 언론노조의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졌다. 이로써 사무처 직원의 공금횡령 의혹에서 출발해 올들어 6개월 넘게 파행 운영을 해왔던 언론노조가 비로소 정상화의 길을 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사실 언론노조의 파행적 운영은 언론노조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큰 손실이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비롯해 1백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 관련법, 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등 향후 몇 년 간 우리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현안을 놓고 언론노조가 모든 활동을 중단한 꼴이 되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언론 노동자로서, 또 언론 노동자이기에 목소리를 내야할 중요한 시점에 그 창구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셈이었다.
그런 만큼 새 집행부에 거는 기대와 극복해야할 과제의 무게 또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우리라 생각한다. 새 집행부에게는 무엇보다 언론노조의 대외적 신뢰도를 제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공금횡령 의혹에서 시작된 내부 문제가 검찰수사와 이를 둘러싼 내분양상으로 이어지면서 언론노조의 대외적 신뢰도가 급전직하로 떨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이 문제 해결에 최우선권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때 노동자 투쟁의 상징처럼 돼 있던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조합 간부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지고 잇따른 노조활동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조의 가장 강한 힘이자 투쟁의 무기는 바로 조합원과 노조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신뢰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 집행부에게는 또 언론노조의 통합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신임 집행부를 뽑는 이번 선거에서 18개 본부와 지부에서 선거 거부를 선언한 점은 그 이유와 절차를 불문하고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이 언론노조를 분할하거나 이탈하려는 것이 아닌 한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한 새 집행부가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앞장서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 불참했던 KBS 본부를 비롯해 18개 본부와 지부도 민주적 의사소통을 위한 합리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선거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새 집행부는 59.9%의 투표율에, 96.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절대적 지지율로 환산하더라도 전체 대의원 2백2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백28명의 찬성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과 주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성을 확보한 새 집행부를 인정하고 언론노조 내부에서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부 본부와 지부에서 이번에 언론노조를 장악하거나 분할하려는 한다는 일각의 의구심이 단순한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언론노조의 새 집행부가 이같은 조직정비 사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그 앞에는 대선과 총선,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 등 시급히 대응해야 될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서는 조직정비 사업과 당면 현안이 분리될 수 없고 함께 가야할 문제인 만큼 새 집행부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상 새 집행부가 얼마나 이르게 대내외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시험무대에 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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