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창립 제43주년 인사말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취재일선에서 쉼없이 뛰고 있는 회원 여러분 고생 많으십니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기자협회의 창립기념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찾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국기자협회는 군부독재 정권의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투쟁을 계기로 지난 1964년 8월 17일 창립됐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지난 43년의 자취 속에는 기자협회보가 강제 폐간되고 집행부 임원들이 고문 당하고 구속되는 등 잊을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의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온갖 고초를 겪어 왔지만 언제나 정권과 자본에 굴하지 않고 언론자유 수호와 회원들의 권익옹호, 자질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금도 회원 여러분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기자의 날’을 제정해 기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 언론인을 선정, ‘기자의 혼’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프레스센터의 기능 정상화, ‘언론인 공제회’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측과 언론 분야에서 교류 협력의 길을 뚫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금강산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언론인 통일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언론 분야의 교류협력이 질적으로 변화되길 기대합니다.
올 12월 19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 받아보셨겠지만 한국기자협회 언론연구소 김주언 소장님이 중심이 돼 김창룡 교수, 이홍천 씨의 공동 연구로 ‘매니페스토 매뉴얼’을 제작했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 마다 언론 보도의 문제점들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 매뉴얼 북이 선거보도의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출판에 도움을 주신 한국 언론재단에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기자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언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자협회는 오래 전부터 ‘언론인 공제회’ 설립을 추진해 았습니다다. 지금 우리 기자들에게는 불의에 항거하다 강제 퇴직당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을 때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오늘 뜻 깊은 창립 43주년을 맞아 여러분들 앞에서 ‘언론인 공제회 추진 위원회’의 발족을 선포합니다.
언론인 공제회 추진 위원회 위원장에는 한국기자협회 10대 및 18대 회장을 역임하시고 춘천MBC와 GTB강원민방 사장으로 언론 발전에 이바지해 오신 박기병 고문님을 추대합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취재 시스템 변경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 협회는 정보 공개 강화와 정보 접근권 신장,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사 송고실 브리핑실 축소 통폐합에 주목하고 축소 통폐합이 결과적으로 취재제한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그런 시각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취재 역시 정보의 원활한 소통을 기한다는 점에서 정보 공개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공복들의 정보 공개 마인드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납세자가 그 주인이지 담당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 즉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할 것 없이 모든 공공기관이 정보 비공개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정보 비공개주의를 타파하는 방법으로는 현행 정보 공개법을 말 그대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현재 협회에서는 정부, 다른 언론단체, 민간인 전문가와 함께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법 개정에는 입법부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입법부에서 협조해 주십시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의원 여러분께서도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정보 접근권 신장 문제는 취재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공무원과 접촉을 제한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기자들은 그 어떤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알권리를 지키는 자임자로서 응당한 대우를 요구할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알맹이도 없는 하나마한 브리핑에 기자들이 가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만 방을 개방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문을 잠궈 놓겠다는 발상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반인권 악법으로 전세계적으로 호가 나 있는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인권지킴이로서의 기자의 역할 또한 결코 무시될 수 없습니다. 경찰은 물론, 검찰, 법원 등 인권과 직결된 공공기관에 대해 우리로서는 감시의 눈길을 거둘 수 없으며 이들 기관에서 기자를 쫓아 내려는 시도는 단연코 배격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스스로를 돌이켜 보고 잘못된 점은 과감히 고쳐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거듭 밝힙니다만 폐쇄적 기자단 운영과 출입처 제도의 폐해에 대해서는 한국기자협회 차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제기를 해 왔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자성과 자율적 개혁으로 부끄럼없는 당당한 기자 상을 정립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기자협회 5대 강령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면서 인사말을 마치고자 합니다. 조국의 민주발전과 언론인의 자질 향상, 언론자유 수호, 회원 간 친목과 권익옹호 도모,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동질성 회복 노력, 국제 언론인과 유대 강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 창립 행사를 축하해주시기 위해 찾아주신 여러분께 거듭 감사 말씀 드립니다.
2007년 8월 17일
한국기자협회 회장 정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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