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검증 시원 당당히 하자

빗줄기가 이어지는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대한민국의 여름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달전 시작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의 1막이 끝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날선 검증 요구와 후보들간 정책 토론회가 주를 이룬 1라운드였다. 반면 여권은 여전히 군소후보가 난립하고 ‘대통합’을 위한 작업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지난 30일간의 언론 보도를 돌이켜보건대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는 정치권 기사 가운데 최근 일부 선전한 기사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과연 유의미한 기사가 얼마인지 회의적이다. 물론 일선 정치부 기자들의 고생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전 캄보디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KBS의 고 조종옥 기자 또한 그간 숱한 휴일도 반납한 채 격무에 시달리다가 본격적인 선거철을 앞두고 모처럼 가족 여행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변을 당했다.

문제는 데스크의 판단이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할 판에 어느 주자가 앞서가느냐는 경마중계식 보도에 여전히 매몰돼 있다. 물론 여론의 추이에 따라 후보들의 지지율 등락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긴 하다. 매일 불거지는 의혹과 대응을 일일 드라마식으로 보도하는 것도 감칠맛 나기는 하다. 그래도 몇 번 보지 않아도 대충 줄거리를 그릴 수 있는 그런 드라마식 보도는 문제가 있다. 검증 이슈가 불거졌으면 과연 그 제기가 합당한 것인지 계속 파고 들었어야했다.

97년 대선의 경우 1년전부터 언론이 검증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대운하의 경우, 사전에 관련 학회 소식들만이라도 체크했더라면 정부 변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맥락을 짚어 제대로 보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냥 이후보는 무대응한다고 하니 무대응이라고 하기에는 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박후보 자신의 의혹과 공약은 과연 괜찮고 타당한 것인지도 마땅히 언론의 검증 대상이다.

여권의 대통합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최종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식의 보도는 결국 천박한 정권욕에 대한 회의주의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무엇을 위한 대통합인지, 보도에서 그 통합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워낙 사분오열돼 있으니 더 무얼 구하오리오마는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핵심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는 보도의 폐해는 언론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동네북’이 된 데는 거두절미하고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말꼬투리 하나하나 잡고 늘어진 측면이 분명 있다. 최근 노대통령의 좌충우돌식 언론과의 충돌 또한 이 같은 요소가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최소한 후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주요 정책 조언자로 모여있는지만 따지더라도 그 후보의 장밋빛 공약의 허실과 과연 타당한 정책인지 충분히 조망해 볼 수 있다. 혹시 참모중 범법자가 개입돼있지는 않는지, 어떤 이해그룹이 개입해 이해득실을 구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건에 대한 정부간 최종 협정이 이뤄진 마당에 각 후보들의 FTA 입장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과연 마땅한 대응책이 있는지도 따졌어야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미 주요 신문들이 미국의 경우처럼 지지 후보를 떳떳이 표명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모 일보는 어느 후보를 미는지 얘기가 나돌고 있고 보도 태도를 봐서도 어림짐작 할 수 있는 마당에 구태여 뒤에서 킹메이커 ‘장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여름철 후텁지근함을 떨쳐줄 시원하고 당당한 기사들을 기대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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