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정보 접근권과 취재 자유다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과 언론단체 대표들과의 방송 토론 직후 기사송고실 통폐합 공사 등 일련의 조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또 기자협회 등 언론관련 단체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우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이다.

비록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해서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언론사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아쉬움,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의 일정에 의존해 토론회가 준비됐다는 비판이 있지만, 토론회의 성과물 전체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의 언론 불신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한 점에서 토론회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토론회 참석자들에 대해 ‘정통언론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라고 딴죽을 건 일부 언론의 태도는 적절하지도 사려 깊지도 못하다.

대통령이 패널 선정이 잘못됐다며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라면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대표들의 특성을 짐작하고나 남는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밝혔듯, 기사 송고실 통폐합 등의 계획에 대해 가장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언론사측이 이번 토론회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형식적이 토론이 됐건 통과 의례적인 토론이 됐건, 지면을 통해서 토로했던 격렬한 반발 논리를 얼굴 맞대고 치열하게 전개할 언론인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 언론의 한계를 보여 준다. 그렇다면, 토론회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은 가능해도 토론회 참석 자체를 폄훼하거나 참석 사실 자체를 자학할 일은 아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정부가 언론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절차를 통해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추진해 왔음이 확인된 것은 큰 성과다. 협의가 진행 중인 동안 기사 송고실 관련 공사를 중단키로 한 점은 역으로, 공사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최선의 절차를 거쳐 온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일 추진에 대해 스스로 제동을 걸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앞으로 양측의 논의가 건설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양측 모두 격렬한 비난의 표적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대목은 대통령이 아직도 비판적 혹은 적대적인 언론에 대해 격렬한 공격성과 증오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속이 좁지는 않으리라고 믿지만, 참여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각종 언행과 정책에 대해 일부 언론이 맹목적인 비판과 공격에 치중했다는 대통령의 피해 의식은 이번 토론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의 정확성을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느낄 만한 정황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의 지나친 공격성 등의 문제는 기사송고실과 출입기자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상식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일부 기사송고실 문제에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특정 언론이 아무리 밉다고 해도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은 토론회에서 특정 언론을 지명하며 비난하는 모습도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기사송고실 문제와 정보 공개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 듯하다. 기사송고실 통폐합은 정부 뜻대로 가는 것이 옳다고 스스로 결론 내린 채,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단순한 기사송고실을 따로 분리해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 핵심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와 기관들이 언론과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일하고 있는가를 감시할 수 있는 공적 감시 역할에 대한 보장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론이 있다. 특정 정책이나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공무원을 취재하려면 진땀나는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면, 기사송고실 통폐합이 언론 탄압은 아니라 하더라도 취재의 위축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구성하겠다는 참여 정부와 대통령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의 선의지로 받아들이려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함이 기본이다.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의 강행을 일단 보류한 채, 양측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합의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이다.

이른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진통의 책임에는 기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정부이며 해결의 열쇠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 진정한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이 되려면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치가 진행된 이후에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언론에 대해 아무리 보호막을 친다고 해도, 취재를 하지 않을 기자들이 아니지 않은가.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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