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언론 접촉을 제한한 현행 브리핑 제도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노 정부는 22일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 언론 접촉을 다시 대폭 줄이는 조치에 착수했다. 과거의 어느 정권도 이처럼 언론 접촉을 제한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꽤나 충격적이다.
이번에 정부가 기존의 부처 브리핑실(기자실)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마련한 것은 현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언론 기피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정부의 언론 기피는 스스로 홍보능력의 부재를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 정부는 취임 이래 홍보 예산을 대폭 늘린 것도 모자라 이번에 일방적 정보전달을 꾀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우리는 이번 취재 ‘지원’ 방안이 결코 ‘지원’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같은 브리핑실(기자실)에 상주하면서도 기자들은 소속사에 따라 정반대 논조로 보도하는 사례들도 많다. 브리핑실(기자실)은 기자들이 정부측 발표를 놓고 그 진의가 무엇인지 서로 협조·논의하는 현장일 수 있지만, 기사를 담합해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장소가 결코 아니다.
둘째, 정부의 공보 정책은 정권의 중요 사안이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향해 이것을 알리는 것은 행정부의 중요한 업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것을 바꾸어도 다음 정권에서 이 정책은 뒤집힐 수 있다.
셋째, 브리핑실(기자실)은 기자들을 위해 취재의 편의를 제공하고, 행정부 관리들은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어 양측에 공히 존재 가치가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런 존재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기자실에 대해 나쁜 평가만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기자들이 기자실에 상주함으로써 관리들이 이곳에 와서 ‘자백’한 사례도 적지 않다.
넷째, 노무현 정부는 종전의 기자실을 폐지하고 현재 중요 중앙 부처에서는 이미 브리핑제로 공보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재래의 ‘기자실’은 지방 자치단체나 비(非)중앙부처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행 브리핑 제도에 대해 출입 기자들은 필요할 때 책임자를 만날 수 없다고 불만의 소리가 높다. 기존의 브리핑 제도라도 제대로 충실하게 운영해야 한다.
다섯째, 기존의 브리핑실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은 ‘정보 공개의 대원칙’에서 벗어난다. 정부는 정보 창구를 줄임으로써 옆으로 흘러나오는 정보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 정부는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막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보가 통제된 가운데 흘러나오는 부정확한 정보와 보도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언론의 비판을 받음으로써 정책의 실패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정보가 양방향으로 원활하게 전달돼야 행정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비판에 과민한 대통령의 지시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브리핑실이나 기자실은 행정부가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곳이고, 나아가 언론기관이 국민을 대표해 정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논쟁을 벌이며 민의를 전달하는 장소다. 따라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행정을 비민주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음을 소리 높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기능을 가진 브리핑실(기자실)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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