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를 지나 휴전선을 넘어설 때 그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고, 그들의 귀는 한 곳으로 모아졌다. 그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그들의 입에선 질문이 쏟아졌다.
국제기자연맹(IFJ) 특별총회 기간 중이던 지난 14~15일 세계 70여개국 2백여명의 기자단은 8시간의 여정 끝에 금강산을 방문했다. 이어 16일에는 80여명의 기자들이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공단을 찾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라는 이번 특별총회 주제에 걸맞는 일정이었다.
외국 기자들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했다. 남측 방문단을 마음속 깊이 환영해준 평양 교예단원들, 밝은 표정으로 일행을 맞이한 북한 안내원들과 북한음식점 종업원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 곳에는 ‘대립’과 ‘갈등’은 온데간데 없었고, ‘평화’와 ‘화해’가 넘실댔다. 내전을 겪은 보스니아 기자도, 전쟁에 시달린 이란 기자도 새삼 ‘평화’와 ‘화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IFJ는 1926년 창립한 이후 세계 1백17개국 50만 명의 언론인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순수 언론인 단체다. 3년마다 정기총회를 열고 해마다 한 두차례씩 집행위원회와 지역회의도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총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에서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주일간의 행사 기간중 금강산과 개성공단 방문은 이번 총회의 ‘백미’였다.
금강산에서는 역사적인 결의문도 채택됐다. 결의문의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할 점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과정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언론자유를 보장한다는 대목이다. 남북 통일과 한반도 평화라는 민족사적 과제가 비단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양식있는 언론인들이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나온 결의다.
남북경협의 현장인 개성공단에서는 또다른 화해의 현장을 목격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북핵 문제가 개성공단 사업에 미치는 영향, 외국기업 투자 유치 계획, 투자환경, 북한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들의 뜨거운 관심에 한국 기자들이 되레 놀랄 정도였다. 의류와 시계 등을 만드는 생산현장에서 남북한 노동자들이 함께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본 어느 외국기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외국 기자들은 특히 개성이 서울에서 1시간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을 놀라워했다. IFJ 울리히 럼멜 집행위원의 “언젠가 이 곳이 통일을 여는 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처럼 개성공단은 하루가 다르게 남북을 하나로 엮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전세계 언론인들은 한반도의 평화가 비단 한민족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열망하는 숙원임을 새삼 확인했다.
이번 특별총회는 또 베이징 2·13 합의가 이뤄진 직후에 개최됐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외국 기자들은 6자 회담 성사 전망과 북-일 수교, 북-미 관계정상화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지구촌에서 가장 첨예한 긴장 지역을 방문했지만, 그 곳에 면면히 흐르는 평화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이 보고 들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현장은 이제 그들의 입을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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