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 씨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연일 맞교대 24시간 ‘뻗치기’에 ‘황색 폭로전’이라는 비판, 경쟁 패배에 따른 사내 질책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로비가 군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본질은 간 데 없고 ‘부적절한 관계’만 추궁한다는 질타에 기자들은 “옳은 말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취재 현장과 동떨어진 관전자의 얘기일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사안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고선 기자들의 한계는 뻔하다”는 것이다.
검찰 재수사 방침으로 사안의 성격상 ‘영역없는 경쟁’으로 들어간 듯한 린다 김 취재 전에서 추궁을 당하는 것은 그럼에도 검찰, 경찰 출입 기자들이다. 중앙일보의 첫 보도(5.2자)후 동아일보 법조팀은 “그래도 물먹은 것은 사실”이란 통박을 받았으며 조선·동아·한국·중앙일보 기자들이 차례대로 린다 김 인터뷰를 성사시킬 때마다 타사 기자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성공한 인터뷰의 장면이다.
11일 밤 10시 50분. 서울 논현동 집을 나선 린다 김 일행을 따라가다 말고 취재진(대부분 수습기자)은 일제히 멈춰섰다. ‘대중 사우나’ 네온 사이로 사라지는 린다 김을 지켜보는 기자들을 헤치고 한 명의 기자가 여탕으로 불쑥 들어섰다. 중앙일보 수습 박현영 기자. 박 기자는 새벽 2시가 넘도록 린다 김과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8일 밤 역시 논현동 집 앞에는 20여 명 기자들이 진을 친 가운데 한 여인이 인터폰을 눌렀다. “누구세요.” “나 영자야.” 이윽고 문이 열리고 그녀에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동생(귀현) 친구”라고 답한 그녀가 집안에 들어간 후 커튼을 친 창 밖으로는 카메라 플래시 불빛이 새나왔다. 김희원 한국일보 생활부 기자가 2시간 인터뷰를 끝내는 순간이다.
인터뷰가 보도된 후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는 지적에 대해 강남서를 출입하는 박영출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는 “린다 김이 철저히 언론을 피하면서도 공통적으로 미주 지역에 지사를 둔 신문사들과 선별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어 고충이 크다”며 “인터뷰 기회만 주어진다면 린다 김이 원하는 대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벌어진 한 기자의 수모담은 ‘칼날 위에 선’ 기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4일 밤10시30분. 서울 광화문 한 호프집을 가득 메운 60여 명의 동아일보 기자들 사이에서 김병관 회장과 최영훈 법조팀장이 마주쳤다. “나는 신문 볼 줄 모르지만 그게 뭔가. 중앙일보가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뭐하는 거야.” “….””책임 져.” “책임지겠습니다.” “사표 써.” “사표 쓰겠습니다.” “3면 다 털어서 써.” “알겠습니다.” 김 회장의 취중 불호령이 떨어진 다음날 발행된 6일자 가판 3면은 ‘백두사업 비리의혹 이것이 궁금하다’ 기사로 채워졌다.
지난해 ‘옷 로비’에 이은 ‘몸 로비’란 신문 제목(문화일보)의 린다 김 의혹 사건은 장기화할 전망을 보임에 따라 각 언론사가 특별취재팀을 구성, 기자들의 ‘수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일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