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직제가 폐지된 동아일보 편집국은 김병관 회장의 친정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예정에 없던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직후, 사의를 굽히지 않던 박기정 편집국장과 함께 이현락 주필의 전격 퇴진을 단행했다. 이 주필을 심의연구담당 전무로 승진시키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2선 후퇴 결정을 내린 것은 박 국장만 사퇴시킬 경우 기자들의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주필은 IMF체제 구조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이후 편집국을 사실상 총괄해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주필 직제까지 폐지된 데는 ‘대안 부재’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이어 4일과 5일 편집국 기자들과 연이틀 집단 회식을 갖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휘두르는 과거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김 회장은 4일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60여 명의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최규철 신임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동아일보의 명성을 되찾자고 당부했다. 최 국장에 대한 임면 동의 투표에서 30% 가까운 반대표가 쏟아진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이게 민주주의다” “내가 임명해도 반대하는 기자들이 나와야 한다” “앞으로는 편집국장 경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5일에도 기자들과 단체로 점심 식사 하는 자리에서 “이제까지 경영진이 잘못했다” “회사가 사람을 아끼지 않았다”고 시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일 편집국장 임면동의 투표에서는 재적 인원 296명 가운데 229명이 투표한 결과(투표율 77.4%), 신임 159표(69.4%), 불신임 67표(29.2%), 무효 3표가 나왔다. 역대 최저의 신임이지만 최 국장은 전임 국장에 비해 강화된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편집국 일부 기자들이 “누적된 불만의 표시이지 개인의 호불호가 작용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인 데다 편집국 관장에 있어서 상관(주필)이 없어져 김 회장을 제외하곤 전적으로 최 국장의 의지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신문사 사장 4년째인 오명 사장이 발행인 겸 편집인의 실질적 역할을 발휘할 기회”로도 내다봤다. 하지만 ‘김재호 전무 친정 체제 구축설’은 김 전무 본인의 생각과 다른 데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게 측근의 얘기이다.
기자들의 불만 폭발→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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