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합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는 무려 수십건에 달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고작 3건에 대해서만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특히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기본 취지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신문사의 경영자료 신고의무 조항(16조)과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조항(15조2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언론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하게 하고 보도의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시정권고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역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을 강조한 조항(신문법 4·5조)과 신문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신문사를 지원하는 조항(27조)은 아예 본안 심사 대상조차 안된다면서 각하했다. 헌재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기본 틀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는 헌법기관으로서 입법 취지를 제대로 읽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에 유감스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을 1개사 30% 이상, 3개사 60% 이상으로 제한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신문법 17조)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너무 모르고 내린 결정이다. 지금의 신문시장은 독자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 형성된 게 아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몇몇 수구 신문사들이 ‘자전거와 비데’로 대표되는 경품과 무가지 살포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또 언론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한 신문과 방송의 겸업금지 조항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신문사의 복수소유 금지 조항(15조 3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아리송한 판단을 했다. 이는 신문사가 사기업이면서도 엄연히 공익성을 띤 특수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한 결정이다.
이 두 가지 결정은 사실 신문법의 큰 틀을 바꿔야할 정도로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은 아니다. 신문법이 규정한 발행부수는 10대 종합일간지가 아니라 전국 일간지를 모두 합친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현재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시장 점유율은 48.3%다. 따라서 어차피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에 저촉되지 않았다. 또 신문사의 복수소유 금지 조항도 특정신문의 50%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다른 신문의 지분 5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했을 뿐이지 그 미만은 지금의 법 테두리에서도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헌재의 결정은 신문법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법’이 아니라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만든 법’이라는 데 공감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사실이다.
국회는 앞으로 이번에 헌재가 내린 위헌 및 헌법불합치 조항에 대해 입법 보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등 언론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 또 기왕에 신문법을 재개정하는 마당에 신문사의 불공정 행위를 더욱 단호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새로 만들어 신문시장이 더는 비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문법은 수구언론을 시장에서 내몰고 개혁세력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결코 아니다. 신문법은 신문시장의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여론 전달과 형성 과정을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은 위기에 빠진 신문업계가 회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신문을 위한 신문법 개정에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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