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테러'와 빗나간 저널리즘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소위 보수 신문의 빗나간 저널리즘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다루는 이들 신문들의 태도에서 우리는 그 질기고 질긴 정치적 편향성과 그에 따른 저널리즘 유린 행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신문들은 사건 초기부터 범인의 행동 뒤에 뭔가 ‘조직’과 ‘음모’의 냄새가 난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하고 나섰다. ‘조직’과 ‘음모’와 관련 있는 듯한 내용이면 확인된 사실이든 일방적 주장이든 가리지 않고 대서특필하였다. 몇 가지 기사 제목을 살펴보자. <“생보자 지씨, 씀씀이 너무 커”> <소득 없다는 범인 지씨 어디서 돈 났기에… 신용카드로 월 100만원 이상 써> <“의원 2명이 20만∼30만원씩 용돈” 자랑> <누군가와 수상한 전화, 1시간 통화중 “나 그런 것 안해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또한 김구, 김대중, 간디, 케네디 사건 등 국내외 현대사의 굵직한 정치 테러와 암살 사건을 게재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 배경을 지닌 테러로 은연중에 자리매김시켰다. 이런 류의 기사를 통해 지금 이 시점에 이들 신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 초기, 이런 식의 기사가 쏟아져도 좋을 만큼 사건의 실체가 그렇게 조직적이고 정치적이었는가?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범인의 배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는 있을지 언 정 사건 자체를 정치적 테러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 부적응자의 돌출적 행동’이라는 사건의 성격을 뒤집을 만한 실질적 단서가 매우 빈약했다는 얘기다.



결국 사건 초기 보수 신문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제기되었던 배후에 대한 의혹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 며칠 만에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속속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신문은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을 순순히 거두어들였을까? 아니다. 역시 몇 가지 제목을 보자.



<안 드러나는 ‘뒷돈’ 배후> <배후도 공범도 없었다?> <테러 배후 갈수록 아리송> <‘박근혜 대표 테러’ 지씨 단독범행?>. 이들 신문은 처음부터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수사 과정에서 정반대의 사실들이 밝혀지자 이제는 물음표 던지기 식의 막연한 의혹을 내거는 것이다. 기사 내용 하나 하나를 뜯어봐도 그들이 던지는 의혹에는 실질적 근거가 없다. ‘의혹을 위한 의혹’의 전형적 행태다.



이같은 일련의 보도 행태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메이저요, 정론지라고 자처하는 신문들의 저널리즘의 수준이다. 스스로의 오류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뻔뻔한 저널리즘이요, 지극히 편향적 뉴스프레임을 고집하는 정파적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더욱 절망적인 것은, 모호한 정황과 주장으로 확인된 팩트를 넘어서보려고 하는 저 무모한 저널리즘이다. 필요에 따라 사실과 진실을 유린할 수 있다면 저널리즘과 선전 선동은 무엇이 다른가?



과거 우리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온갖 정치적 의혹이 언론을 타고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사라진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피습 사건에 정치적 배후가 있다면 끝까지 추적해서 밝혀야 한다. 그토록 소리 높여 의혹을 제기한 신문들, 부디 선거가 끝난 후에도 그 의혹의 실체를 향해 매진하길 바란다. 선거 끝났다고 의혹도 접으면 너무 속보이지 않은가?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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