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장추천위를 주목한다

“순수한 언론사의 사장은 언론사 경영자의 위치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경영에 대해 이해가 깊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면서도 언론사의 이윤을 결코 무시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이상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발자크의 ‘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 가운데 신문사의 사장을 야심가, 사업가, 순수한 신문인 등으로 분류한 대목중 당시 언론의 대명사인 신문사를 오늘날의 멀티미디어 환경의 맥락에 맞춰 언론사로만 바꾼 것이다.



바야흐로 개인사주가 아닌 공공성격의 언론사 및 언론 유관 단체의 장들이 바뀌는 시기가 다가왔다. 현재 경향신문의 사장 추천이 진행중이며 연합뉴스의 새 사장 공모도 임박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사내 각 국실별 대표가 참여한 21명의 경영진추천위원회의 주관 아래 비교적 순조롭게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연합뉴스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해당 노조와 법인인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이창우. 이하 진흥회)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로 인정받고 있는 연합뉴스는 국내 신문, 방송의 인프라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다 KBS 등 다른 공영 언론사 사장선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에 더더욱 그 사장 선임 절차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뉴스통신진흥회 정관에 “사장 추천위를 구성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서 비롯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말 유상증자를 통해 연합뉴스의 1대주주가 되는 뉴스통신진흥회는 ‘구성할 수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아 사장추천위원회를 굳이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노조는 다른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공적 기능이 강한 법인들의 경우, 이사회가 추천위원회를 단기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을 들어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 적극적 해석을 하고 있다.



양측을 비교할 때 일단 형식논리상 진흥회의 주장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 맥락을 떠난 형식 논리만의 추구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진흥회는 왜 구성됐는가? 역사적으로 연합뉴스(구 연합통신)는 1980년 전두환 신 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생겨났다. 때문에 군사독재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한 사장이 임명됐다. 이후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이른바 청와대의 입맛대로 ‘낙하산’ 사장이 선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 신문사의 논객들이 사장으로 연속해 왔지만 그만한 개혁을 일궈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다가 국가정보주권의 차원에서 대내외 뉴스의 창 역할을 하는 연합뉴스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국가재정 지원을 담은 법률이 3년전 통과됐다. 당시 연합뉴스 노조는 연이은 1인시위 등 사장공모제 투쟁을 벌여 시민단체, 학계, 사원대표 등의 인사를 포함한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시킨 바 있다.



노조는 특히 이번 진흥회 인사 구성 자체가 전체 7명중 5명이 정치권에서 임명했기 때문에 쉽게 로비에 노출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소위 사장 후보감들의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줄서기,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 등 마타도어가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조의 주장대로 사장추천위원회가 올바른 사장 선임을 위한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그러나 누가 사장이 되는가에 앞서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정한 사장 선임 절차는 최소한 필요조건은 된다. 진흥회가 이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노조에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진흥회 인사 참여를 일절 배제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반면 진흥회는 내심 외부인사를 포함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절반이상 진흥회 인사가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은 서로 간 합리적인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흥회가 그토록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법률에 따르면 진흥회의 1차적 사명은 사장 선임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해마다 수백억씩 들어가는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다. 때문에 사장추천위원회에 학계, 시민언론단체의 입장을 폭넓게 수렴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우리가 연합뉴스 사장선임에 관심을 갖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연합뉴스는 노조나 진흥회만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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