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여느 직업처럼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회인이란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항상 진실을 찾아내고 정의를 지켜나가는 의무가 따라 다닌다. 기자는 국내외 취재현장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난다. 대통령에서부터 관료, 기업 임직원, 시골 농부, 시장에서 힘들게 고생하는 사람들, 보호자 없이 살아가는 노인, 전문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까지. 이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도 마신다. 경우에 따라서는 골프도 치고 해외에도 나간다. 모두 취재의 연장이란 명분 아래 이뤄진다. 이런 취재활동 중에는 기자나 그가 속한 언론사 부담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취재원측에서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의 정도가 지나치면 접대가 된다. 기자 스스로 돈을 내지 않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일정 수준을 넘는 것은 곤란하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위’에 대한 기준이 분명치 않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인사들과 내기골프를 쳐서 물러났던 이해찬 총리의 사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언론이 이 총리의 접대골프를 부도덕하다고 질타해놓고 스스로는 접대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더 큰 모럴 해저드에 빠지는 것이다. 취재원과 친해져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접대성 골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다른 기자들이 다 촌지를 받는데 자신만 받지 않는 게 어색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변명에 불과하다. 다른 어느 접대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룸살롱 향응은 어떤 이유로도 해명이 안된다. 사회공기로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줄 뻔히 알면서 그런 행위를 했다면 결코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기자가 기사를 전제로 어떤 목적을 요구하거나 암시한다면 이는 분명히 취재윤리에 어긋난다.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과정에서 양심에 거릴 게 없는지 항상 살펴보고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어느 일방의 얘기에 쏠려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말 그대로 접대에 넘어가 기자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은 기자윤리강령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SBS윤리강령을 제외하곤 골프 금품수수 등 접대성에 가까운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은 곳은 거의 없다. 기자들 스스로 윤리의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먼저 기자윤리강령 강화를 적극 검토할 때다. 추상적이고 애매하게 표현된 규정은 구체화인 행동지침이 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 또 취재자세와 보도에 있어서도 기자들 스스로의 양심을 지켜나가도록 강제할 수 있는 조항도 둬야한다.
기자협회 윤리위원회를 통해 기자들의 골프규범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아울러 기자들도 기자들 스스로도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고 보도하는 자세를 한시도 흐트러트려서는 안 된다. 권력 앞에 비굴하지 않고 금권과 술, 골프접대 앞에 녹아 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진실을 결코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공정하게 보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를 지키기 위한 철저한 자기다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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