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는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신문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는가. 지난 6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위헌심판 소송을 심의하기 시작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신문의 여론형성에 관한 논의가 또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위헌소송의 쟁점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가 현재의 신문시장 점유율을 재조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 독립적인 편집권을 보장하기 위해 편집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신문사의 편집권을 침해하느냐, 신문사 발행부수 등 경영내역을 공개해야 하느냐, 신문사는 방송사를 겸영할 수 없느냐 등에 관한 것이다. 이들 쟁점은 민주사회를 위한 언론자유 및 여론형성과정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우선, 신문시장의 점유율에 관해 말해 보자. 다른 업종의 경우 시장 독과점으로 간주하려면 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고 1개사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신문법은 3개 신문사가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점할 수 없고 1개사가 30%를 넘을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한다. 이것은 의사 결정이 통상 과반수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해 유사한 논조를 보이는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을 최고 60%로 제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신문시장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거대신문들이 전국으로 배포돼 여론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이어서 다양한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이런 맥락에서 일반 상품의 독과점은 75%인데 신문만 60%로 내렸느냐는 반론은 일반상품과 다른 신문 상품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논리이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축소하는 강제조항이 없어 위헌 여부를 다툴 만큼 절박하지 않다.
이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 취약한 일부 중앙지 및 지역신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잠재적 신문사들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부 종합지나 지역의 작은 신문들이다. 이들은 국내 신문시장의 불황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수적 재벌 신문들이 이들 취약 신문에 대한 지원을 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큰 회사로서 넓은 아량을 갖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취약·군소 신문에 대한 지원정책은 여론 다양성 보장과 중소기업 육성지원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신문사내 편집위원회 설치 문제도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신문법은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편집 위원회’가 편집권을 가지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언론자유’가 ‘사주의 언론자유’로 남용돼 온 것을 막으려는 선언적 의미다.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이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점을 들어 이를 ‘강제조항’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다. 지원금의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사의 발행부수 광고수입 주식지분내용 등 경영상황 공개에 대한 논쟁도 큰 관심을 모은다. 발행부수 공개는 기존 보수언론들이 타사에게도 요구해온 것이다. 신문사들은 기업 측면과 공익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으므로 경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단체들은 장기적으로 신문사 소유주의 재산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신문의 공적인 역할을 고려한다면 발행인과 편집인도 고위 공직자에 준해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루퍼트 머독이나 실비오 베를루수코니가 소유한 언론들은 이들의 직접적 영향 아래에 놓여있다.
이에 비해 뉴욕 타임스의 소유구조는 편집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신문사 소유구조와 영업정보 공개는 독자들이 신문논조가 소유구조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 파악하고 신문을 선택하는 기준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신문사의 방송겸영 규제도 여론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미국에서도 겸영이 규제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취약한 언론사에 대해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사회적 합의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취약신문에 대한 지원책이 없는 미국 신문시장의 경우 가넷,허스트등 몇몇 언론 체인들이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거의 독점적 시장을 향유하고 있으며, 재벌신문 및 신문체인들의 여론시장 독과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 비평가 벤 바그디키언과 로버트 맥체즈니는 미국의 언론시장 독과점에 대해 “보수적 언론재벌들의 독과점으로 인해 미국 사회는 여론의 다양성을 잃었고, 그 결과 미국이 보수화되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체즈니는 “미국 언론은 엄청난 부자가 됐으나 미국의 민주주의는 가난해졌다”고 비판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언론개혁법이 일부 언론에 의해 위헌소송을 당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선 여론다양성 문제가 아직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민주사회를 위해 신문시장은 어떻게 짜여져야 하는지, 나아가 민주언론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지 대원칙을 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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