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언론계 뿐 만 아니라 국민들의 눈이 방송관련 단체 인사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 이달 말부터 6월말까지 방송협회장,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사장 뿐 만 아니라 방송위원장과 방송위원, 한국방송(KBS) 이사진과 사장 등을 새로 선임하는 까닭이다. 언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송 관련단체 수장들의 교체는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각 단체별로 인사 하마평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모쪼록 언론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 방송단체를 이끌게 되기를 새삼 바라게 된다.
이 시점서 돌아보게 되는 것은 역시 2003년의 KBS사장 선임 과정의 갈등이다. 언론단체들이 청와대와 극심하게 대립했던 이 사건은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수장 임명권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노골적인 자기편 심기를 할 때는 저항에 부닥친다는 것을 잘 드러냈다. 재작년 말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선임과정의 갈등도 모양은 달라도 내용은 비슷했다. 정치권력이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실제로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고 언론계 일각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불거졌던 일이었다.
정치권력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 시대엔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원칙을 굳이 들먹이는 것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싸움에서 방송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자기 쪽 사람을 미는 행태를 보일 것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오는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 선거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에 방송단체장 선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물밑 행보가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오는 5월초까지 이뤄져야 할 방송위원장과 9명의 방송위원 선출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각축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큰 걱정이다. 방송위원은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현안을 다루고, 공영방송 이사진을 추천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지난 번 방송위원 선임은 여성계 인사 임명 등의 뜻 깊은 결과가 있었으나 어떤 정당은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해 함량 미달의 인사를 추천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립적이야 할 방송계 인사를 꼭두각시로 삼으려 했던 행태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직면해 결국 그 정당에 손해가 됐다.
이번에 코바코가 관련법에 의거해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받은 것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이다.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사가 선임돼 바람직한 제도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일련의 방송단체장, 방송사 사장·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무엇보다 방송계 내부 인사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바란다. 미디어 융합시대에 내부 구성원들의 신망을 받지 못하는 인사가 구조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며 언론 산업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미래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뽑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치권 뿐 만 아니라 언론계의 현업단체들도 자기 쪽과 가까운 사람을 은밀하게 미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손이 깨끗해야 다른 조직의 더러운 몸을 씻어서 시대의 환한 봄빛에 내어 말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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