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제, 편집기자 의견수렴 우선돼야

올 들어 신문업계에서는 에디터제 도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편집국 지면개편과 조직혁신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절묘한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디터제란 편집국내에 소편집국을 여러 개 두는 제도. 정치·경제·사회·문화담당 에디터 등을 두고 이들이 기획, 취재, 교열 그리고 편집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물론 우리에게 낯선 제도는 아니다. 중앙일보는 2004년 9월 일부 부서에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다 올해부터 편집국 전체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고참기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중이다.



에디터제는 뉴스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지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취재와 기획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백% 활용하면 편집국역량을 극대화해 신문위기탈출의 비상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디터제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서구신문에서 ‘약발’이 있다고 해서 우리신문에게도 무조건 통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언론환경이 서구의 그것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신문의 벤치마킹을 모토로 다른 신문보다 일찍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1년도 안 돼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해버린 신문사들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에디터제를 시행하게 되면 팀제 도입과 편집부의 해체가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실패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에디터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에디터들에겐 책임만 있었다. 권한은 말뿐이었다. 일선기자들도 에디터를 ‘옥상옥’으로 느꼈다. 팀장(부장)위의 또 하나의 눈치봐야 할 자리로 여겼다.



특히 편집부는 타의에 의해 하루아침에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 취재팀장과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서 종속적인 관계로 바뀌면서 기사 밸류의 판단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늘어나고, 게이트키핑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리기 시작했다. 편집기자가 아니라 편집기계가 돼버리면서 창의적인 지면구성은 사라지고 지면의 품질도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디터제의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제도를 시행했을 때 득과 실이 무엇인지 면밀히 따져보지도 않았고, 편집국 구성원의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도입되었다.



에디터제의 도입이 대세처럼 돼버린 지금 이 제도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위의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편집국 조직개편을 경영의 논리로만 접근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상층부 몇 사람의 독단이 아니라 일선기자들의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편집부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 이들의 생각을 조직개편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제도 도입의 취지가 살고 시너지효과도 낼 수 있다. 경영진보다 일선기자가 우선하고 조직보다 사람이 우월하기 때문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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