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언론보도, 증폭되는 국민불신

MBC의 사과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황우석’ 관련 보도를 접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국민들 못지 않게 착잡하기 그지없다.



세계 과학계를 흔들어 놓은 황 교수의 업적이 뒤늦게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는 점도 안타깝지만, 취재·보도 과정에서 국내 언론들이 보여 준 중구난방식 추측보도는 우리에게 더욱 큰 자괴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의 한 가운데 선 황 교수는 수일 째 연구실을 비워 놓은 상태이고, 추측보도로 촉발된 황 교수에 대한 논란은 국익 차원으로까지 번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딸 사망 보도의 경우 처음에는 삼성그룹 홍보팀이 불러주는 대로 교통사고로 보도했다가, 며칠 후 뒤늦게 사망원인을 자살이라고 정정해 보도한 것도 결과적으로 언론 보도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케이스라 할 것이다.



두 가지 보도 사례 모두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거나, 끌고 있는 사안으로 사실 확인에 약한 한국 언론의 개선점이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황 교수 연구진 취재 과정에서 MBC PD수첩 취재팀이 보여준 협박 취재와 사실 왜곡은 한국 언론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갉아먹는 행위라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해당 방송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를 했을 것이지만 ‘대한민국 자산’으로 평가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황 교수 업적을 방송 소재로 삼기로 했다면 취재 방식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사회고발 성격을 갖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좀 더 신중해야 되지 않았나 하는 반응이다.



또한 보도 초기 MBC 측은 아무런 공식 발표를 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매체들이 “MBC가 발표한 내용은 이렇다네, 저렇다네” 하며 추측성 기사를 남발한 것은 분명 우리 언론의 고질적 병폐를 또 한번 드러낸 꼴이 됐다.



생명공학은 IT(정보기술) 산업과 더불어 한국의 미래를 열어 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만큼 언론의 중구난방식 추측 보도는 이제 언론 스스로 자제하고, 국민 전체가 감시자로 나서서 경계해야 한다. 이제 한국 언론은 황 교수 논란과는 별개로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정 기업과 기업인을 둘러싼 한국 언론의 저자세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일류 신문을 자임하던 신문사의 기자들이 하루아침에 기자의 자존심을 팽개쳐 버리고 경호원으로 돌변한 점도 안타깝지만 거대한 자본력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도 한국 기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제 대한민국 기자들은 원점으로 돌아가 ‘기자의 혼(魂)’을 되살리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샐러리맨으로 전락한 한국 기자들이 스스로 자중자애(自重自愛)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기자들이 전문성과 프로 정신으로 무장하고 취재 현장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80년대 서슬 퍼런 군화발에도 굽히지 않았던 기자의 자존심을 일깨워 대한민국의 앞길을 밝힐 수 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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