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시절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들려준 취재활동은 그 순간 모든 것이 감동과 흥분이었다. 더욱이 위험스런 현장에서 아슬아슬한 취재기를 들을 때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리고 기자생활 내내 금과옥조처럼 마음 속에 품어왔던 것이 ‘용기 있는 기자’였다.
그렇게 현장을 누볐던 동료·선배기자들이 어느 날 너무나 허무하게 세상을 등지고 그나마 살아남은 유족들이 겪는 고통의 소리가 들릴 때는 스스로 작아지고 침잠해 질 수밖에 없다.
위험지역 취재를 나설 때 “왜 당신이어야 하느냐”는 가족들의 항의에 “기자니까”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면서도 내심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지을 수 없는 것도 어쩌면 문제가 생길 경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동료기자 3명의 죽음을 접하면서 기자라면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교통사고나 암 등으로 사망했더라도 기자라는 직업상의 특성인 과로가 죽음의 한 원인이 분명한데도 상당수가 산재처리도 안된다는 현실에 참담함까지 느낀다. 다만 회사와 동료기자들이 유족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 조금이나 위안이 되지만 그것이 유족들의 미래까지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없는 마음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안타깝기만 하다.
문제는 이 같은 분석이나 동료기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취재환경은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어쩌면 우리는 조만 간에 또 다른 동료기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고통스러워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자라는 직업이 일반 회사원처럼 자신의 일만 처리하고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 속에 정보를 찾고, 확인해 게재하는 전 과정이 총성 없는 전쟁터로 긴장과 과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외국언론인 로이터의 경우 업무상 질병이나 출퇴근 시 당하는 사고가 날 경우 치료비는 회사가 전액 보상하고 사망의 경우 연봉의 4배를 보상하고, 위험지역을 취재하다가 사망한 경우 연봉의 7배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내일신문이 고액의 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산재보험에 의존하거나 일부 언론사만이 사망시 2천여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한 것이 고작이다. 전쟁터에 내 보낸 직원에 대한 복지라고는 믿기지 않는 조치로 유족들의 생계와는 전혀 상관없고 병원비도 감당키 어렵다.
이에 따라 우리는 회사측이 재해를 당한 기자들에 대한 대책을 현실성 있게 세워 줄 것을 요구한다. 우선 회사는 기자들의 정상적인 취재활동과 업무수행을 위해 당한 재해나 사망에 대한 보상을 인정적인 차원이 아닌 회사규정을 통해 명문화해야 한다. 일반보상은 물론 산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 유족들이 살아갈 수 있는 규모의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또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회사 취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준을 세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도 기자들의 재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과로가 모든 질병의 원인인 만큼 법적으로 정한 기자들의 휴무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것은 물론 실효성 있는 정기 건강검진 등을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회사 내 규정이나 단협안에 보상문제를 명문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은 물론 소속 회원의 보험가입이나 유족기금 마련 등을 통해 기자들의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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