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들이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광복 60주년 경축사에서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 발언을 한 이래 중앙 및 지역 언론사 간부들과의 접촉, KBS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 등을 통해 연이어 파격적·초법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중인 ‘X파일 수사’에 대해 “97년 대선 자금 수사는 원하지 않는다”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대연정을 위해서라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 29% 지지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해 ‘하야론’을 일으켰고, 양원제(兩院制)가 좋아 보인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의회 해산 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 대해 “재신임을 물을 수 있으니 좋겠다”며 부러운 듯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내각제를 부러워하거나 양원제가 좋아 보인다고 말하는 진의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격심한 논란을 낳고 있다. 좋게 보아준다면 그는 자신의 진심을 보임으로써 화합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위법적’ 또는 ‘초법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발언을 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것 같다.
가끔 노 대통령의 발언들은 일관성을 결여했다는 인상도 준다. 그는 여러 달 전 MBC와의 회견에서 “대통령은 힘(권력)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권력을 야당에게 통째로 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이 힘(권력)을 갖지 못했다면서 무엇을 통째로 주겠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의 참모들이나 여당 고위당직자들조차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언론과 비판적 언론은 요즘 동시에 “연정 놀음을 하지 말고 민생을 챙겨라”,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집권 이래 일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노정해 온 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언론과 ‘합리적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비서실장은 “왜곡세력과 대결하겠다”고 취임일성을 발했고,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국민은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이런 발언은 청와대와 언론과의 관계가 여전히 ‘대립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해 불길하다. 아울러 국민들도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면서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자신의 진의를 몰라주어 서운하다면서 스스로 전달력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그가 자신의 심경을 매우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초법적’ 발언들이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언론에겐 비판의 빌미를 주지 않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정 신뢰도 저하가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기인하는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노 대통령과 청와대 측근들이 정치적 메시지의 전달능력이 리더십의 중요한 기본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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