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의 보금자리인 교열부의 아웃소싱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합리화란 미명아래 편집국에 소속된 교열부를 폐지하고 외부전문업체에 교열을 맡기는 폭거(?)의 부작용이 예상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열부가 동네북의 신세가 된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경영위기를 구멍가게보다 못한 경영방식 대신 비용절감에서 찾는 신문사 경영진들이 힘없는(?) 교열부를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경영난이 심한 마이너 A신문은 교열부를 아예 없애고 취재기자에게 교열책임까지 맡겼다가 비난여론이 들끓자 슬쩍 부활시키는 해프닝을 벌였다. 경영사정이 비교적 좋다는 메이저신문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웃소싱이란 편법을 통해 교열부를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다. 아웃소싱업체로 갈 것을 거부한 계약직직원을 부당 해고했다 소송에서 졌던 메이저 B신문은 교열직원들의 이직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10여명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교열양성소로 전락한 셈이다.
이처럼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교열부는 신문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서 편집국 부서 가운데 가장 열악하다. 아웃소싱업체 직원이 된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 이들은 노조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열부가 남아 있는 신문사에서도 정직원인 교열기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계약직이고 정직원이 퇴사하면 채용하지 않거나 한다 해도 계약직으로 충당한다. 이에 따라 업무강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너 C신문의 경우 야근 때 교열직원 1명이 바뀌는 모든 지면을 책임진다. '나홀로 교열'이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듯 교열부의 위상 약화와 업무환경의 악화는 고스란히 신문 품질의 추락과 연결된다. 오자와 탈자, 비문법적인 문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병든 신문이 만들어지게 된다. 신문을 절대적인 교과서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이에 비례해 신문의 신뢰는 추락하게 된다. 신문사가 교열부를 멀리하면 할수록 그만큼 독자도 멀어지게 된다.
외국신문사의 경우를 보면 더욱 비교된다. 일본은 기사작성 능력이 뛰어나고 어문실력이 탁월한 선배기자들이 교열을 본다. 해서 일본신문들은 오자를 잡으면 현상금을 준다고 큰소리 칠 정도로 교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다. 중국은 한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자가 적은 한자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마다 우리의 3배가 넘는 교열기자를 두고 있다. 이 두 나라는 교열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신문사들이 교열의 중요성을 알면서 이를 외면하는 것은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 가지고도 못 막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과 같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돈을 들이고도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교열에 대한 폄하는 또한 우리말의 폄하를 초래한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수많은 국적 없는 말들과 기업체 신입사원들이 외국어보다 국어실력이 못한 것도 그 부산물의 하나이다.
이제부터라도 교열부를 경영차원이 아닌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는 우리문화 지키기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문화를 지키는 일이 바로 신문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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