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구성 완료된 방송위원회 어디로 가나
현 진용 유지로 위상강화 어려울 듯, 극소수 제외 개혁성.전문성 거리 멀어 언론계시민단체 반발 거세 앞날 험난
그 동안 온갖 하마평이 나돌며 언론계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방송위원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위원장이 내정되는 등 그 윤곽이 드러났으나 언론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이하'라는 지적이다. 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유임될 경우 새로 구성되는 방송위원회의 독립성이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가, 추천된 방송위원 9명 가운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방송개혁이나 시청자 대표성,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위원회의 경우 방송정책 전반에 대한 사항뿐 아니라 사실상 KBS와 MBC, EBS사장을 임명하고, 방송관련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방송 개혁의지와 방송 전문성, 시청자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 방송위원으로 임명돼야 한다는 것이 언론계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을 포함해 각 당과 문화관광위에서 추천한 인사들 대부분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선임된 인물이어서 언론계 및 시민단체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될 방송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김정기 현 위원장과 조강환 현 부위원장의 유임이 확실시됨에 따라 방송위원회의 위상 강화에도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물이 그대로인데 위상 강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있게될 방송정책 및 각종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여·야의 의견이 크게 대립할 경우,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초 유력한 방송위원장 후보로 알려졌던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밀려난 것도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데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한 전 감사원장 보다는 김 현 위원장을 강력하게 밀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현재 문화관광부가 주도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안에 김 위원장이 상당 부분 합의를 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위원회 내부에서는 '위상 강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앞으로 진행될 사무처 구성 등 '조직의 안정' 면에서는 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유임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경우 언론개혁에 대한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인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 및 여야3당,국회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방송위원들이 통방방송법의 입법취지 및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방송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당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임형두 전 SBS제작본부장·강영구 마산 MBC사장, 자민련이 추천한 방송작가 김석야 씨·성우 고은정 씨의 경우 방송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거나 방송과 전혀 무관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추천한 민병준 광고주연합회장의 경우도 방송위원회의 심의와 규제대상이 되는 광고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하는 등 방송위원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쨌건 새로 구성되는 방송위원회는 대통령 임명이 이루어지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중 3월13일 통합방송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문화관광부가 주도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작업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을 비롯해 방송위원회 규칙 마련, 사무처 구성 등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언론계 및 시민단체가 방송위원이 호선하도록 돼있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사전에 내정된 것은 위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방송위원 재선임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의 진로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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