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취재보도] SBS 이성철
각계각층 관심 불러 일으켜 보람, 고엽제, 한국에도 뿌렸다
이성철 SBS 보도국 사회부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 보도가 SBS 8시뉴스의 전파를 탄지 석 달. 그 길지 않은 몇 달 동안 적지 않은 ‘사건’이 전개됐다.
먼저 60년대 말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군 장병들이 잇따라 고엽제 후유증을 호소하고 나섰다. 휴전선 부근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도 남 몰래 앓아온 피부병이 고엽제 때문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 전국에서 약 2000명이 피해접수 창구를 두드렸다.
파문이 커지자 정부는 고엽제 살포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도 고엽제 살포를 미군이 주도했다는 사실은 뒤늦게나마 인정했지만 ‘어떠한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발뺌해 한미 관계를 되짚어 볼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국회는 서둘러 법을 고쳐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피해배상 소송도 진행중이다. 재미동포 변호사가 미국의 고엽제 제조사들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내 다음달부터 예비심리에 들어간다.
사회의 관심도 높아져 시민, 환경, 의료단체를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피해자들은 진상규명과 보상, 배상문제에 함께 대처하고자 ‘한국 휴전선 고엽제 피해자 연합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미약하나마 언론의 사명에 충실했다는 자부심에 보람이 크다. 더욱이 좋은 기사라는 평가와 함께 큰 상까지 받게 되어 영광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려고 인터뷰에 응한다'던 주한미군 출신 고엽제 피해자와 성심성의껏 취재를 지원해 준 역시 주한미군 중대장 출신 미국인 변호사, 재미동포 변호사, 취재의 단서를 제공해 준 어느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 등 여러분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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