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한국기자상 수상소감/[대상] 연합뉴스 정치부 맹찬형

대타로 나간 출입처에서 얻은 큰 영예, 기름대신 물 주입-어이없는 공군기 추락 원인

맹찬형 연합뉴스 정치부





'맹물 전투기' 추락 사고 기사는 아마도 내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성(姓)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될 것 같다.



'맹'씨라는 희성을 가진 탓에 학창시절 친구들은 늘 나의 성씨를 이용해서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을 만들어 불렀고 군대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름을 밝힐 때마다 일종의 피해의식 같은 것을 항상 마음 속에 품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해설기사에서 '맹물 전투기'라는 조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할 때만 해도 이 단어가 그토록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언감생심 한국기자상 대상 수상이라는 큰 영예를 안게 될 줄이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7년째로 접어든 기자생활 과정에서 나는 비행기 추락사고와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96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보름 동안의 출장 동안 바닷물에 손 한 번 못 담가보고 기사를 써댔고, 같은 해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베트남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도 3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번 '맹물 전투기' 추락사고 기사로 지난해 연말 괌 KAL기 추락사고 때 운명을 달리 하신 홍성현 KBS보도국장의 이름을 딴 언론상을 수상했을 때 느낀 감회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육군 병장 출신으로서 이번 '맹물 전투기' 추락사고 기사를 그나마 큰 실수없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의 여객기 추락사고를 취재하면서 귀동냥으로 알게 된 지식이 조금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특종기사를 세상에 알리게 된 과정에서 세운 공의 크기를 따지자면 함께 공동수상한 김병수 기자의 몫이 훨씬 크다. 공군 예비역 장교인 김병수 기자는 먼 경남 진주까지 예비군 훈련을 갔다가 우연히 들은 얘기를 토대로 훈련기간 내내 치밀하고 꼼꼼한 취재를 한 뒤 나에게 넘겨줬다.



국방부에 출입하던 선배가 동티모르에 출장을 가는 바람에 임시로 출입처를 맡고 있던 나로서는 예기치 않던 행운을 안게 됐고 공군 당국을 통해 김병수 기자의 취재 내용이 거의 완벽한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기사화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이 기사로 인해 현역 장성을 비롯해 수많은 공군 장병들이 처벌과 문책을 당했고 열심히 복무중인 공군 장병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점은 진심으로 가슴아프게생각한다.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사고 이후 공군 장교들이 폭탄주를 마실 때 '급유를 잘 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공군으로서는 큰 충격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고 사실이 밝혀진 이후 공군의 급유시설에 대한 재점검이 실시되고 위험 요소를 발견해냈으며 여러 가지 장비와 안전장치의 보완이 이뤄진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 또 사고로 숨진 박정수 대위의 명예가 회복되고 공군 16비행단 기지 내에 위령탑이 건립된다는 점도 보람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지면을 빌어 민가에 추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박 대위의 용기와 책임감에 경의를 표하며, 영공방위를 위해 애쓰는 공군장병들에게도 악수와 인사를 건넨다.


맹찬형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