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새천년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십시오.…여당이 안정돼야 나라가 안정되고 정치가 안정돼야 나라가 안정됩니다.…"
지난 20일 오후 MBC '서울컵 국제 권투대회 예선전' 중계가 갑자기 중단되고 새천년 민주당 창당대회가 '뉴스속보'로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당의 총선 승리에 초점이 맞춰진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취임사가 20여 분 간 이어졌다. 같은 시각 KBS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말 방송된 KBS의 '거실에서 만난 대통령'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MBC 코미디 프로그램인 '21세기 위원회'에 대통령 내외가 1시간 30분 동안이나 출연해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일어난 지 불과 3일만의 일이다.
그런데 또 '국민과의 대화'가 오는 2월20일 KBS에서 방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도 대통령의 잦은 출연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도 남을 것이다. 당초 분기별로 하기로 했던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미 추진이 무산돼 '분기별 원칙'이 무의미해진 데다가, 총선이라는 이 민감한 시기에 실시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과의 대화' 주제를 '서민'으로 정한 것은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대통령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또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정을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총선 입후보 예정자의 TV출연도 금지돼 있는 민감한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집권여당의 총재인 대통령의 잦은 출연은 권력에 약한 방송의 고질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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