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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애 cnn 한국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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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기사는 외국이 주목하는 주요 기사 중 하나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애환 혹은 핸드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의 얘기 등은 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한국만의 기사인 만큼 관심이 크다. 모두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교육 현실에 연유한다.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대학 입학 제도와 여기에 따르는 수험생들의 중압감, 혹은 학부형들의 희생 등 기사가 갖춰야 할 흥미성, 독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교실 내에서의 무한 경쟁도 마찬가지다. 바뀐 입시 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3년 내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잘 치르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커다란 중압감에서 하루 서너 시간 잠자고 공부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당연히 중요한 기사거리가 된다.
그런데 이것말고도 이들 학생들의 이야기가 최소한 필자에게 중요하게된 이유가 있다.
필자의 큰 딸이 바로 그 유명한 89년생 고1인 것이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중학생으로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낙천적으로 행복하게 지내던 아이다.
공부나 시험에 신경 쓰기보다는 책 읽고 글 쓰기 좋아하고 그 나이에 어울리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재미있게 지내던 아이다. 그런데 갑자기 고교에 진학하더니 상황이 급변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간고사를 신경 쓰기 시작하더니 잠도 자지 않고 공부에 매달리게 되었다.
아침에 늦잠자기 일쑤이던 아이가 시간 전에 일어나서 학교 간다고 나서고 밤에는 12시 1시가 되도록 독서실에 파묻혀 있기 일쑤이다. 본인이 자청해서 과외를 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좀 더 일찍 공부에 매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번 주 중간고사를 앞두고 벌써 약 2주 째 새벽 늦게 까지 책과 씨름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로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잠이 부족해서 얼굴은 초췌해지고 신경은 쇠약해 지는데도 공부가 부족하다고 걱정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쉬면서 공부하라고 해도 오히려 같은 반 친구들에 비해 자신이 처진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도 왜 자신들이 바뀐 대입제도 때문에 희생되어 밤낮 없이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지 당국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지난 주 광화문에서 열렸던 고1 학생들의 집회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들 참여자에 대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맑고 티 없이 자라야 할 아이가 잘못된 교육 여건에 희생되어 고생하는 것을 보니 부모로서 은근히 화가 난다.
기자로서 중요한 자질인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불만이 있지만 교육당국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사교육의 문제점, 입시제도의 맹점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현상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기 때문에 교육 당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기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역시 남의 얘기가 아니고 나와 우리 가족이 개입된 문제여서 그럴까? 아무래도 이번 고1들의 문제에서 냉정하게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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