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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애 서울외신클럽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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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한국 언론을 읽다 보면 마치 무슨 한국 근대 역사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연초에는 1965년 한일 외교 관계 수립 당시 관련 정부 문서가 공개되어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 당시에 여러 가지 정황,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떠한 자세로 회담에 임했고 일제 피해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 하는 점이 자세히 드러나는 귀중한 자료였다.
언론으로서는 물론 이러한 중요한 자료에 대해 보도하고 분석할 책임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1975년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에 대한 문서 공개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일국의 ‘국모’가 흉탄에 쓰러진 비극적인 사건이었기에 여기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또 한가지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사건에 대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각종 언론 보도들이다. 작품성이란 관점만 놓고 보면 그다지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단지 역사적으로 흥미롭고 중대한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또 이 영화의 일부 장면에 대한 법원의 상영금지 판결 역시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되었다. 박대통령의 가족들이 제기한 명예훼손 등의 문제에 있어 법원이 일부 가족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영화 제작자나 영화인들이 이 판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언론 보도 내용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한국 근대사의 격동적인 사건들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오랜 기간 독재시대 체제 하에서 진실이 은폐되고 호도되었기 때문에 때늦게 나마 진실을 규명하려는 작업은 필요한 것이고 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의 초안을 기록하는 기록자로서의 언론의 사명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지나친 과거 들추기가 언론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러한 과거 진상 규명 노력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출발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불과 한 세기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역사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정확한 역사적인 고증, 그리고 철저한 조사 없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 정보만 가지고 과거의 역사를 규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또 한가지 한국의 역사는 한국인에게는 소중한 것이다. 미국인이 미국의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역시 초기부터 근대 역사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희비극을 겪었다.
그렇지만 미국인 대부분은 그런 자신들의 역사, 심지어는 치부로 느끼는 부분까지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는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자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에서 희망을 찾아준 것이 미국 언론이 아니었는가 판단된다. 물론 치부를 감추고 미화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모든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좀더 냉정하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느껴진다.
이제 광복 60주년 등 굵직한 행사가 많은 올해에는 더 많은 역사 규명, 과거 캐내기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한일간의 문제, 한미간의 문제, 그리고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대규모 역사 재조명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역시 올 한해 계속 되리라고 예상된다. 그럴수록 언론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과거 사건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와 조사를 거쳐 균형 있는 시각으로 분석과 보도를 할 때에만 올바른 역사 재조명은 이뤄질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인이 자신의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 과거에 연연해서 주저앉자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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