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상 수상소감) 또다른 아픔... 유족에 미안함 앞서

전문보도 사진부문-오빠…




  이종근 기자  
 
  ▲ 이종근 기자  
 
글을 쓰기 앞서 먼 이국땅에서 홀로 고통스럽게 힘든 인생의 무게를 견디다 먼저 우리의 곁을 떠난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빈다. 또한 이 사진으로 평생 아물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그때의 고통에서 벗어나,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갈 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닌지 미안할 뿐이다. 일주일 동안 취재를 핑계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친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죄송함을 표한다.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뒤로 언젠가는 꼭 한번 받고 싶은 상이었다. 그 시기가 너무 빨리 내게 온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자만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상을 받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준 한겨레 사진부원들과 심사위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잦은 출장과 불규칙적인 생활에도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 준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께도.



사진 속에 나오는 한분은 이제 우리의 곁에 없다. 오빠의 사망소식을 들은 동생은 한없이 울고만 있다. 그들은 그렇게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역사의 목격자’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셔터만 누르고 있었다. 다만 번쩍거리는 불빛(스트로보)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희미한 촛불과 형광등 불빛에 의존한 채 떨리는 손을 놀린다. 빠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빨리 찍고 자리를 피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때 일로 나는 과분한 상을 받고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지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를 통해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김씨의 모습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어찌 손을 쓸 겨를도 없이 그는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채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통해 우리나라도 이제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현실과 제나라 국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존재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이제부턴 좋은 모습들만 담고 싶다.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사진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그런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거기에 내 작은 노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고 김선일씨가 마지막으로 울부짖던 “나는 살고 싶습니다. …제발, 이라크에 한국 군인들을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