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대통령의 몫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심하다. 특히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여러분이 바라는 민주화 의지는 나나 국민회의가 갖고 있다. 그러나 힘이 없다. 국회에 가면 혼이 나고 언론이 난도질당하니까."



지난 16일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민주화운동유가족협회 회원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였다. 이들이 민주화운동 관계자 명예회복 법안과 의문사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자 김 대통령은 "나와 당 간부들은 열심히 노력 중"이라면서 개혁 부진의 원인을 정치와 일부 언론에서 찾았다. 김 대통령은 또 언론이 옷로비 문제의 지엽적 부분을 계속 부각하고 현 정부의 경제 업적을 외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계 일각에선 동강댐 건설, 옷 로비 의혹 보도 때처럼 대통령이 민심의 흐름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때도 대통령은 "정부의 일이 언론에 의해 부당하게 알려지고 있다(동강댐)" "잘못이 없는데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옷로비 의혹)"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론은 동강을 보호하길, 말썽 일으킨 공직자는 대가를 치르길 원했다. 또 국민은 현 정부가 경제회복의 공(功)을 세웠지만 사회개혁 부진의 과(過)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6월부터 이어진 네차례의 각종 보궐, 재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가 잇따라 참패한 것 역시 언론이 아닌 여론의 심판이었다.



옷로비 의혹을 끝까지 파헤친 언론의 공과, 개혁입법 논의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과 역시 언제든 여론이 심판할 몫이다. 최고권력자의 몫은 여론수렴을 통한 조정과 실천이어야 마땅하다. 그것 없는 일방 비판은 책임전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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