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연말까지 추문으로 얼룩져

뒤늦게 방송법수정 요구···홍사장 선거자금 전달···선거보도 처벌 소동

방송사들이 통합방송법 관련뉴스를 보도하면서 자사 이익에 배치되면 무조건 '독소조항'이라고 몰아 부치고 있다. 뉴스들은 특히 취재종사자의 편집권 보호 조항까지 공격하며 경영진 권리 옹호에 치우치고 있다.



KBS, MBC, SBS 3사 메인뉴스는 15일 일제히 통합방송법 체형 벌칙조항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집중 비난했다. 선거법개정안이 '불공정 언론인 1년 간 업무정지' 조항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 기점이었다. 또 16일엔 방송협회(회장 박권상 KBS 사장)가 국회에 방송법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전날과 대동소이한 보도내용을 기자리포트로 처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을 표결 처리한 17일엔 MBC와 SBS가 방송협회 성명을 인용보도하며 법안 재검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뉴스들은 "방송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모든 방송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 "편성규약을 제정 공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송사업자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할애한 아이템 수는 3일 간 8개 꼭지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신문들은 이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사실상 통합방송법 체형 조항은 대부분 부당 행위를 한 방송사 경영진에 해당한다. ▷방송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한 자 ▷허위,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사업을 승인받거나 등록한 자 등은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또 ▷기자, PD등 제작자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하거나 공표하지 않은 자 ▷규정 위반으로 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지분을 소유한 자 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제작자 대상의 체형규정은 '방송위원회의 제재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한 것뿐이다. 통합방송법의 벌칙조항이 현행법보다 많아졌는데도 방송노조들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통합방송법안은 미흡하나마 노조와 시민단체가 10여 년간 싸워 얻은 성과"라며 "방송사 경영진이 자기 이익 때문에 법사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또다시 흔들고 여기에 공기인 언론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법안 처리에 앞서 통합방송위원 구성과 관련 9인 중 3인은 대통령이, 6인은 국회의장이 추천하되 그중3인은문화관광위의 추천의뢰를 받도록 수정했다.



이경숙기자









언론사주가 재벌 심부름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사장 재임 당시 대선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의 돈을 전달받았다]는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이 공개됨으로써 드러났다.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자금의 [전달자]로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98년 검찰이 발표한 DJ비자금 수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95년 5월 당시 이종기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권노갑 의원에게 7억 원을 전달했다.



언론계에서는 비판에 앞서 {있을 수 없는 일}, {별 일을 다 본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형편이다. 한 방송사 보도국장은 {창피한 일}이라며 {언론사 사주가 기업체 홍보이사 역할을 했다는 것은 대표적인 권언유착 행태}라고 말했다. 또다른 언론사의 편집국장도 {언론사 사주가 정치권에 [심부름]을 했다는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DJ의 정치자금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홍 회장 행동이 덮어지는 건 아니다}면서 {그동안 기자들이 권언유착, 정경유착 실태에 대해 이런 저런 짐작은 했겠지만 이런 수준일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 방송기자는 {DJ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보다 홍 회장이 전달했다는 게 더 충격적}이라며 {책임자가 그런데 그 언론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한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통상 언론사에서 정치자금을 줄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관계에서 비롯된 특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역시 홍 회장 석방 직후 또다시 사건이 꼬리를 물자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러나 외부 비판과 달리 {잘못은 인정한지만 이해는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 전달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삼성과 분리 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불가피하게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의 한 관계자도 {언론사 사장이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전제하며 {당시 삼성그룹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으면 계열사 사장으로서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반나절만에철회로 끝나



언론보도 반나절만에 [불공정 선거보도 언론인 1년 업무정지] 조항이 비난여론에 밀려 삭제가 결정됐다.



여야는 1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위에서 합의한 선거법개정안의 해당 조항을 없애고,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조항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15일자 가판과 시내판에서 도하 신문들은 [개정안 일부 조항이 언론자유를 심각히 침해한다]면서 1면 톱 등으로 주요하게 다뤘다. 해당조항은 언론중재위원회 산하에 구성될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기사의 편집, 취재, 집필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책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관련업무 종사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언론인 제재책은 기초가 된 현행 방송법이 내년 2월이면 폐기될 운명이어서 법적 타당성조차 검토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통합방송법이 이미 해당조항을 삭제한 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언개연)는 15일 성명을 내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언개연은 ▷언론인의 취재, 집필 업무까지 막는 극한처방이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불공정보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선거기사심의위가 자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개연은 그렇지만 그동안 선거보도가 편파와 왜곡으로 얼룩져 온 만큼 불공정 선거보도에 대해 일정한 사후 제재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거법개정안을 제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도 문제조항 삭제를 전제로 선거기사심의위 신설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곧 재개될 정개특위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13일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이상희 서울대 교수)를 구성했다.



이경숙기자


이경숙/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