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을 '밀약'이라고 쓰고 '공문'을 '문건'이라고 쓴다. 이미 지난해 타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머릿기사로 싣는다. 몰라설까, 의도적일까?
지난 8일 조선일보는 '노조전임자 임금금지조항 폐지, 국민회의 노총에 밀약' 보도를 초판 머릿기사로 다뤘다. 이 제목은 시내판에서 '여, 노총에 서면 약속'으로 바뀌었다. 기사의 내용은 국민회의가 작년 2월 이 조항의 폐지를 한국노총과 약속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이 7일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머릿기사로는 시의성이 떨어지는 아이템이다. 이미 지난해 2월 20일자 한겨레가 '조세형 당시 국민회의 총재권한 대행이 2월 16일 한국노총에 공문을 보내 관련조항 폐지방침을 공식 통보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해설기사를 곁들인 주요기사로 말이다. 기사는 "국민회의가 노사정위 협상단계에서 노사 간 의견이 날카롭게 맞섰던 노조 전임자 지급 문제를 두고 전향적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해 입법 향배가 주목된다"라고 시작했었다.
의도적 왜곡이라기엔 좀 허술하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이렇게 심한 '뒷북치기'를 한 까닭은 뭘까? 7일자 3면 머릿기사를 보자. "정확한 소식통에 따르면&재계가 이런(정치활동) 선언을 치고 나온 것은 98년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불허' 조항을 노동계와 정치권이 뒤집기로 몰래 합의했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
조선일보가 '노총 죽이기'에 몰두하다가 망각의 덫에 빠진 걸까, '정확한 소식통'이 조선일보를 멋지게 속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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