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자협회보의 창간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40년간 한국 언론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고 이 배경에는 기자협회보의 공로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의 기적적인 발전만큼 한국 언론의 발전은 매우 획기적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이 그만큼 성장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점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40년 한국 언론의 역사는 굴곡이 많았습니다. 80년대 중반까지의 권위주의 시절에는 물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한국의 언론은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고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은 발전된 언론, 능력있는 기자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다양한 신문 방송 매체들이 존재하며 한국 사회를 보다 역동적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보다 최근에는 많은 인터넷 매체가 등장해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러한 인터넷 매체들은 한국 사회의 빠른 변화를 주도하며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상지인 미국의 전통적 매체들조차도 최근에는 이러한 발빠른 한국 인터넷 매체의 성공 사례를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향후 한국의 언론 및 기자들은 이러한 점에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기자들도 이렇게 발전된 한국 언론에 상당히 의존합니다. 인원도 부족하고 규모도 작은 외신사들로서는 급변하는 한국 사회를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신문을 빠짐없이 읽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외신기자들의 주요 일과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국내 언론에 나온 내용을 기초로 하여 별도 확인을 하거나 추가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외신기자들의 주요 업무입니다.
그렇게 국내 언론에 대한 외신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최근 국내 언론계 내부의 갈등과 대립 상황을 지켜보는 외신기자들의 입장은 착잡합니다. 현재 한국 언론은 상당한 내분이 있다고 느낍니다. 신문들은 서로의 관점에 따라 갈라져 있어 보수적 신문과 진보적 신문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방송 내부에서도 최근에는 민방과 공영방송간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문과 방송간에 반목이 있고 또 인터넷 매체와 기존 매체간의 사이가 벌어져 있는 것입니다. 어느 신문이나 방송 혹은 인터넷 매체를 보아도 이러한 반목과 대립에서 자유로운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이유는 역시 한국 사회 자체가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역, 계층, 이념 그리고 세대간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언론 자체도 자꾸 이런 대립의 와중에서 한 쪽 편을 들게 되고 다른 한 쪽을 배척하게 됩니다. 이러한 언론의 양극화는 언론에게는 치명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언론사들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한 사랑 혹은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언론전체의 신뢰도는 서서히 추락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언론계가 아닌 외신기자 한 사람으로서 주제넘은 비판을 늘어놓게 되어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언론이 빨리 제자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느끼는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지적을 하게 됩니다. 기자협회보의 지난 40년간 성장과 발전을 보면 분명히 현재의 언론 위기는 극복되리라고 봅니다. 현재의 문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가며 느끼는 성장의 고통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빨리 그리고 지혜롭게 이러한 성장의 고통과정을 뛰어 넘는 것이겠지요. 이런 점에서 기자협회보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봅니다. 기자협회보의 향후 40년이 지난 40년만큼이나 자랑스러운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손지애 서울외신클럽 회장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