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다듬기 이젠 시민단체 몫
시행령 제정 사별 이해관계 달라, 방노련·현업단체 등 조율 어려워
통합방송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방송사별 로비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사회세력의 견제와 감시에 더 큰 기대가 걸리고 있다. 소속 방송사별로 입장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방송노련 등 현업인단체들의 의견 조율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방송노련(상임의장 현상윤 KBS 노조위원장)은 지난 4일 내년 초부터 언론산별노조 추진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방송노련의 한 관계자는 "언론노련에서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 중인 만큼 이에 대한 사전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면서 "방송법 시행령에 각 사별로 예민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방송노련이 더 이상 조율해내기 어려워진 것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노련에서 각 사 의견을 조정해 국민운동본부를 통해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언론노련(위원장 최문순)에는 방송노련 소속사뿐 아니라 SBS 등 민영방송 노조까지 포함되어 있어 구체적 방안을 내놓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방송법 쟁취 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김중배·국본)는 6일 집행위원회(위원장 성유보)를 열고 개별조문 성안보다는 감시·감독 기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또 편성규약은 PD연합회(회장 윤동찬)에서 만든 모범 편성규약을 검토해 국본 이름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새 법에서 편성규약은 방송사측이 취재·제작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만들게 되어 있다. 아울러 추천이 거론되는 통합방송위원 후보들 중 자격 미달자에 대해선 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한편 시행령 기초 성안과 관련 방송위원회, 국민회의, 문화관광부 등이 물밑으로 작업을 벌일 것이 예측된다. 입안권자인 통합방송위원회가 구성된 후 시행령 발효까지 기간이 1개월밖에 안돼 다른 기초안 없이 방송 전 영역을 총괄하는 방대한 량의 시행령을 성안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무를 맡을 사무처 조직 규정조항도 시행령에 포함돼 통합방송위 출범 이후에야 가동될 수 있다.
실제로 방송위원회는 최근 성안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송위원회 노조도 민주방송법 쟁취 국민운동본부(상인대표 김중배·국본) 차원에서 시행령 의견서를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나 국본은 시행령 입안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는 만큼 통합방송위에 의견을 내는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의 경우여당추천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통합방송위 구성 상 시행령 초안에 관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지만 국민회의측은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 입안권은 통합방송위에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상 통합방송법 발효 전까지 실질적 방송행정·정책권을 행사하는 주체는 문화관광부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하지 않고 있다. 여당에게 물어봐라"고 말했다. 1월 중순 개각론도 문화부가 섣불리 나서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이해충돌 사안별 입장 차이 (괄호 안은 통합방송법의 근거조항)
KBS 대 EBS - 수신료 중 EBS 재원 지원 비율(68조). EBS는 정상 운영을 위해 수신료의 20%인 800여억 원 지원을 주장. KBS는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500여억 원을 지원하자는 입장.
SBS·여타 민방 대 iTV - 지역민방의 SBS 제작물 편성비율(69조 5항). 대통령 직속 방송개혁위원회는 50% 이하 제한을 권고. 제2의 전국민방을 노리는 iTV(인천방송)은 희. 위상이 축소되는 SBS와 제작여건이 열악한 여타 지역민방은 비.
KBS 대 MBC - 방송사 특수관계자 규정범위(8조 2항). MBC는 지방계열사, MBC 프로덕션, 미디어텍 등이 특수관계자 제작물 즉 외주제작물로 인정되면 편성비율(72조)을 채우기가 수월. 이 경우 지방총국 체제인 KBS는 KBS 제작단도 민영화해 상당 프로그램을 순전히 외주로 조달해야 할 처지.
방송사 대 방송광고공사 - 방송광고공사 이외의 미디어랩 지정과 역할(37조 6항, 73조 5항). 광고공사는 공영미디어랩에 100%, 민영미디어랩에 30%를 출자하는 방안 마련 중. 자체 광고영업을 원하는 방송사들은 직접 출자한 미디어랩 설치를 요구.
언론사 대 시민단체 - 지상파·위성방송 상호겸영, 지분소유 범위(8조 5항). 지상파방송사와 신문사는 겸영과 지분 확보를 통한 미디어그룹화 지향. 시민단체는 강력한 시장점유율 규제기준 마련을 요구.
이경숙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