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언론통폐합 때 CBS 보도기능 포기각서

김관석 당시 사장 '내 필적 아니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팀 제기 의혹 확인

80년 언론통폐합 때 신군부가 언론사 사장들에게 포기각서를 강요하면서 심지어 문서의 일부 내용을 가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CBS 사장이던 김관석 목사는 언론대책반원 출신인 김기철 씨가 쓴 회고기 '합수부 사람들과 오리발 각서'에서 공개된 CBS 보도기능 포기각서를 보고는 "내 필적이 아니다. 나는 각서라고 쓰지 않고 의견서라고 썼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어느 날 저녁 느닷없이 보안사 직원이 와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보자고 한다'고 해 따라갔더니 언론통폐합 각서를 쓰라고 했다. 내가 버티고 항의하면 CBS를 문닫게 할 것 같았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실무자인 사장에겐 정책을 변경할 힘이 없으므로 외국에 나가 있는 이사장, 부이사장과 의논하게 기다려 달라고 하니 보안사 직원이 당장 쓰라고 재촉했다"며 "그래도 각서는 쓸 수 없다고 하고 의견서라고 썼다"고 말했다.



필적 감정결과 역시 김 목사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사실을 처음 발견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팀이 한국문서감정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제목의 '覺(각)'자와 내용의 '覺'자의 필행, 필순이 다르고 ▷제목의 '覺'자와 '書(서)'자의 서법이 서로 달라 문서가 상이한 필적의 글자로 구성돼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담당PD인 정길화 차장은 "보안사와 문공부 후신인 기무사와 문화관광부, 그리고 정부기록보존소에 문의한 결과 원본은 이미 소실된 상태"라며 "문서 조작의 완벽한 증거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본인 진술과 민간 감정원의 필적 검증으로 볼 때 정황증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이는 계엄사령부의 언론통폐합이 얼마나 강압적이고 졸속으로 진행됐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제는·'의 언론통폐합 편은 오는 12일 방영될 예정이다.



한편 80년 계엄사령부는 언론보도를 순치시키려는 목적으로 전국 방송, 신문, 통신사를 강제 합병, 흡수시키는 소위 '언론통폐합'을 시행했었다. 김관석 목사가 보안사에 불려갔던 날은 11월 12일로 이날 전국 45개 언론사 52명의 사주, 사장들은 계엄사령부의 '언론창달계획'에 따라 미리 작성해 놓은 '포기각서'를 받아 써야 했었다. 이때부터 88년까지 CBS 사장으로 재직했던 김 목사는 'CBS 월요특집'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해 사북 탄광 등 사회문제를꾸준히이슈화하면서 보도기능 회복에 노력했다. 또 이로 인해 정권의 압력을 받는 담당PD들의 신병을 보호해 'CBS 정신의 방패'로 존경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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