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방송위 향방 위원인선에 달려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관련기관별 변화 조망, KBS··MBC 이사진도 총선이후 새 방송위가 구성, 지상파-케이블 방송 등 소유 문어발 언론도 가능

새 천년 우리 방송미디어의 밑그림, 통합방송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우리 방송은 80년 언론통폐합으로 잃은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통합방송법 체제 하 조망도를 각 방송기관별로 그려봤다.



▷통합방송위, 길들여지지 않은 '적토마'=방송의 정의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송신하는 것'으로 넓어짐으로써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유선과 중계유선방송까지 통합방송위원회의 심의, 규제를 받게 됐다. 여기에 방송정책권과 방송국 인허가 등 행정권을 정부한테서 넘겨받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권, 방송발전기금 관리운용, 방송사 간 분쟁조정까지 가지게 된 통합방송위는 그야말로 막강한 '합의제 행정기구'로 태어난다.



문제는 이렇게 거대한 방송규제기구를 누가 지배하는가다. 바로 이 때문에 여야 간 쟁점 대부분이 올 상반기 이미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가 12월 막판까지 법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결과는 정부여당의 판정승. 방송위원회는 대통령 3인-국회의장 3인(각 교섭단체 협의)-국회 문화관광위원회 3인으로 구성된다. 애초 여당안은 대통령 직속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가 마련한 '대통령 3인-국회 3인-문화위 추천 6인 중 대통령이 3인 임명'이었으나 한나라당에서 '문화위가 2배수 추천한 인사 중 친여 인사만 임명될 우려가 있다'며 단수추천을 제의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회의 몫이 5인, 자민련이 2인, 한나라당이 2인 가량 된다. 공동여당이 힘을 합하면 정족수(6명 이상)를 채워 안건을 의결(3명 이상)할 수 있는 숫자다.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위원장 등 상임위원 4인을 모두 호선하기로 의견을 좁히고도 야당에서 불만을 터트리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문화위 추천 몫에 '방송관련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을 고려하여'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현행 방송법의 '방송관계 전문가 및 학식·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조항과 마찬가지로 사문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사태에 대한 안전장치로 국회의장과 문화위 추천위원은 추천기준과 사유를 명시하도록 해 시민여론의 검증을 받게 했다. 그러나 시민세력이 과연 시청자대표성 조항과 인사검증장치만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적토마' 통합방송위원회를 좌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엔 정치권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시민권력은 아직 미약하다.따라서첫 통합방송위원 인선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들이 통합방송위와 방송법 운용의 '나침반'인 방송법 시행령을 만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총선전야가 불안한 방송사들=통합방송위의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KBS 이사 11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인, EBS 사장과 감사가 4월 총선이 끝난 후 임명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제청하는 KBS, MBC 사장의 임명시기도 이 때쯤이다. 특히 KBS의 경우 '본부장은 직근 하급직원 중 임명한다'는 현행조항이 사라져 외부인사 영입가능 범위가 사장에서 본부장까지 넓어졌다. 따라서 총선 전에 구성될 통합방송위가 세간의 우려대로 정부여당에 편향적으로 흐른다면 해당방송사의 임원들은 방송 공정성 확보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제작자 편성권 공유 첫발 딛나=희망은 기자와 PD들로부터 나온다. 통합방송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면 방송사업자는 취재, 제작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 공표해야 한다. 현업방송인들은 기자, PD들이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공정방송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한국형 '머독' 잉태=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간 소유의 벽이 일부분 허물어진다. 한국형 '루퍼드 머독'의 탄생이 가능해진 것이다. 완전히 제한된 것은 대기업 언론사 외국자본의 종합·보도 채널 지분 소유,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SO) 상호겸영 및 교차소유 정도다. 이미 SBS가 골프채널, 축구채널을 운영하면서 방송채널사업(PP)에 뛰어들었고 종합유선방송사들 간의 겸영(MSO)이나 PP 간 겸영(MPP)도 많아졌다. 방송사 간 겸영과 출자의 한도는 시장점유율과 사업자수를 고려해 방송법 시행령에서 규제된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장은 "시장점유율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이 문제"라며 "이것이 21세기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규제양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신문사가 여러 PP를 소유할 수 있게 된 이상 보도, 종합채널 지분소유를 받는 것만으로는 실효가 없다"며 "정기간행물법 등 언론관계법에도 여론독과점 규제 관련 기준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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