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특종의 유효기간



"26일 공개된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 공개된? 누가 공개했을까?



"전달과정에서 이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드러나? 누가 드러나게 했을까?



26일 오후부터 급반전한 옷로비 의혹 관련 보도들을 보면 수동, 피동 문장 일색이다. 청와대 사직동팀 최초보고서와 최종보고서의 내용이 많은 부분 다르다며 사건 축소, 은폐 의혹을 제기한 점은 대부분의 보도가 비슷했다. 그런데 기사만 봐선 도무지 누가 그 문건을 공개했고 그 과정을 폭로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동아일보가 26일자 시내판에서 최종보고서를 특종보도함으로써 문건의 외부유출자인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사퇴표명 기자회견을 가졌고 전모가 드러났지만 연합뉴스, 한겨레 등 일부 언론 외엔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동아일보 특종보도의 유효기간은 사실상 한나절도 되지 못한 셈이다.



SBS가 15일 미군의 한반도 고엽제 살포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민문화재단이 '언론문건' 작성자인 문일현 전 중앙일보에게 3000만 원을 송금 했다는 미디어오늘의 보도 때도 그랬다. 언론이 다른 언론사의 특종보도임을 표기할 때는 명예훼손 소송 등 말썽이 일어났거나,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있지만 받아쓰고 싶을 때뿐인 것 같아 보인다.



기업끼리는 특허를 딴 후 일정기간 노하우를 보존해 주는 법이 있어 서로의 성장을 보장한다. 특종이란 게 일단 보도로 '공개된' 후엔 무형으로 흘러 다니는 자산인데 특허처럼 법의 틀에 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기업의 특허상품처럼 언론을 키우는 것은 특종보도다. 미래를 위한 보험차원에서라도 타사 특종을 존중하는 언론문화를 확산시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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