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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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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외신이 자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AP통신의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고 더욱 최근에는 우라늄 분리 실험과 관련한 소위 말하는 외신의 과장 보도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특히 국내 일부 통신과 공영방송에서는 외신에 대해 더욱 노골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인지 외신 기자들은 정부나 다른 취재원과 접촉하는데 있어서 전 보다 훨씬 비협조적인 태도에 접하게 된다.
어느 부처는 외신의 취재 요청에 싸늘하게 사무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한국 내에서 불기 시작한 민족주의적 바람은 이상하게도 외신에 대한 거부감으로 곧잘 나타난다. 즉 외신이란 외국, 특히 미국 등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한국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한국 내에서 팽배하고 있다.
특히 외신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원치 않고 북한의 핵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 보도한다는 곱지 않은 따가운 시선을 가끔 느낀다.
과연 그럴까? 개개 외신사의 사정을 본인이 일일이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말해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외신이든 내신이든 언론의 본연의 임무는 사실 보도에 충실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외신이 한국에서 취재 보도 활동을 하면서 한번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적이 없다.
이제는 은퇴했거나 고국으로 귀국한 선배 외신, 동료 외신, 그리고 후배 외신 누구를 보아도 언론의 본 사명을 등한시하는 경우는 없다. 외신의 시각이 내신의 시각과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신이 취하고 있는 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기인한 것이지 외신이 소속한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러한 시각이 한국으로서는 탐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이 어차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지내기 위해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한다면 본인도 한국 국적이고 애국심도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치부를 감추어야 하고 진실을 은폐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국익을 위해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어떠냐는 주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그럴 경우 국익이라는 것이 정권의 이익이나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의 이익이지 한국의 이익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 외신들이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연일 지적하고 닥쳐올 위기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정부 관리들은 외신, 특히 한국 국적의 외신기자에게 국익을 핑계로 보도 자제를 종용했었다. 국내 언론도 가세해서 외신의 소위 말하는 무책임한 과장보도를 공격했다. 그 결과는 안일한 정부의 대처와 외환위기로 나타났고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갔다.
외신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일관적으로 추구한 것은 아마 민주주의적, 시장 경제적 가치일 것이다. 1970년 그리고 80년대 한국의 독재정권 시절 특히 외신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해왔다.
광주사태에 대해 국내 언론이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때 외신은 사태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보도해 전 세계인에게 알린바 있다. 그 후 민주인사의 투쟁도 외신은 빠짐없이 세계에 알렸다. 이는 아마 한국의 민주주의가 꽃 피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외신이 소속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많은 사례가 있다. 미국의 AP통신은 얼마 전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노근리에서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을 탐사보도를 통해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영예로운 퓰리처상을 안겨준 이 보도를 보면 미국언론이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얘기는 설득력을 잃는다. 외신을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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