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소유 집중 완화가 언론 개혁의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최근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에서 우리사주제 도입 방침을 잇달아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계는 우리사주제가 소유 집중 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하면서도 형식적인 도입으로 문제를 희석시키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우리사주제는 중앙 언론사 가운데 한겨레, 한국경제, 문화일보, SBS가 이미 도입했으며, 경향신문은 사원주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동아일보와 매일경제는 우리사주조합의 구성 없이 사원들이 주식을 일부 소유하고 있다.
새로 우리사주제 도입을 밝힌 신문사에서는 아직 비율이나 구체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홍석현 회장이 연내 우리사주제 도입 방침을 밝힌 이래 구체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홍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실무팀은 3~4년 내 직상장을 목표로 전체 지분의 10%를 사원들에게 배정키로 하고 세부안 마련에 착수했다. 10%면 중앙일보 전체 주식 270만주 가운데 27만주로 1인당 평균 300~500주까지 배당이 가능하다. 최종안은 늦어도 연말까지 나올 전망이다. 사측이 최종안을 마련하는 대로 협상에 나설 노조(위원장 최형규)에서도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국내에 참조할만한 선례가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일보 노사는 지난달 체결한 임금협약에서 우리사주조합 도입에 합의한 이후 아직 구체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임협 합의문에는 '장재국 대표이사 회장은 주주개인 자격으로 우리사주조합 도입을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장 회장은 협상 당시 노조와 간담회에서 내년 50억 원으로 증자하면서 전체 주식 150만 주의 10%인 15만 주를 체불임금 대신 우리사주로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보유 주식의 절반을 우리사주로 전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SBS는 지난 5월 코스닥 상장 때 우리사주제를 도입했다. 우리사주 참여분은 전체 주식의 1.3% 정도. 증권거래법에 따라 대표소송 제기, 주주 제안, 이사·감사 해임 요구, 회계장부 열람 청구 등 소액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다. 그러나 업무·재산상태 조사를 위한 검사선임 청구, 주주총회 소집 청구 등의 권리 행사를 위한 지분에는 0.2%가 모자란다.이창태우리사주조합장은 "경영 참여 측면에서 조합이 자료를 요구하거나 활동을 벌인 바 없다"면서도 "우리사주제 도입 추세 자체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회사가 어떤 조건에서 얼마만큼 주식을 배분, 참여권을 주는가이다"고 이 조합장은 덧붙였다. 한편 SBS 주식은 27일 현재 공모 때보다 2.8배 오른 5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98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하면서 우리사주제를 도입해 전체 지분의 38.46%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한겨레는 3%, 한국경제는 2%를 소유하고 있다.
문화일보를 제외하고는 아직 검토 단계거나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지분 비율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소유 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자발적으로든 회사 안팎의 압력에 의해서든 부분적으로나마 개선되는 움직임에 언론단체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문화일보와 경향신문은 "중앙·한국일보의 추진이 주식 분산을 통한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소유 방식의 개선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일보 사례를 설명한 오승훈 노조 사무국장은 "퇴직금을 전액 출자했기에 회사 경영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애사심과 주인의식 회복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사무국장은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기에 결국 소액주주로서 한계는 분명하다"며 "경영권 견제 기능 강화로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견제는 사주조합으로 표현되는 기본적인 노조의 기능이기도 하다며 순기능은 역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이 클수록 좋겠으나 어차피 과반수 소유가 불가능에 가깝다면 소액주주권 행사 방안 연구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사주 소유 지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 김주언 사무총장은 "정간법 개정의 골자인 소유지분 제한이 사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언론사의 자체 판단에 따른 우리사주제 도입은 바람직한 추세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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