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이근안씨는 기술자가 아니다
언론은 기술계통 종사자의 자존심 짓밟는 표현 삼가라
박창화 인천전문대학 교수
인천녹색연합 대표
과거 독재정권 때 일부 정보기관이나 치안기관에서 정치인이나 민주투사들에 대한 각종 고문을 자행한 적이 있다.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이나 현 대통령이 야당정치인 시절에도 예외없이 신체에 대해 고문을 하였다. 육체적으로 견딜 수 없도록 가혹행위를 하고, 인간에게 모멸감을 주는 고문은 반인륜적 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고문을 저질렀다고 하는 이근안 씨가 최근 구속되었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씨를 ‘고문기술자’라고 부르고 있다. 거의 모든 신문들은 기사 첫머리에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기술자가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고문이 불법화되어 있으므로 그를 ‘불법 고문가’ 또는 ‘반인륜 고문가’로 불러야 한다. 약 30년 가까이 기술분야에 종사한 토목 기술자의 한 사람으로 그를 기술자로 부르는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기술이란 공예의 재주, 기예, 학문으로 인류가 자연을 인간생활에 유용하도록 개변하여 가공하는 행위로 되어 있다. 또한 기술자란 기술을 가진 사람, 기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러나 학문에는 고문이란 전공이 없다.
둘째, 기술자라 함은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분야로서 기술계, 기능계 및 서비스계로 국가기술자격법에서는 분류하고 있다. 전기, 기계, 컴퓨터, 건설, 자동차정비 등 각종 산업분야에서 인간생활에 유용하도록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을 기술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행한 고문 행위는 산업분야와 전혀 연관이 없다. 그를 기술자라고 부르는 것은 전국의 약 400만 명이나 되는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이다.
셋째, 또한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하면 ‘건설기술자’라 함은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토목·건축 분야의 기술계·기능계 기술 자격 및 일정한 학력을 가진 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고문기술자’라는 기술 자격이 현행법에는 없다. 또한 전국이나 세계적으로 ‘고문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고등학교나 대학이 없다.
넷째,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기술 발전이 국가운영을 좌우한다고 하여 기술분야에 대하여 천문학적으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독자들이매일 아침 일찍 신문을 볼 수 있고, 편안하게 안방이나 거실에서 전세계의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TV를 만든 것도 해당 기술자가 만든 것이다.
다섯째, 따라서 반인륜적, 반도덕적 행위인 고문을 기술자로 미화해서는 안된다. 흔히들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도박을 잘하는 사람을 도박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고문기술자’로 표기하는 것보다 ‘불법 고문가’ 또는 ‘반인륜적 고문가’로 표기해야 한다.
여섯째, 기술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기술자들은 많은 노력을 한다. 최고의 기술인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최소 7년이 이상 관련 분야에서 종사해야 하고, 기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 4년 동안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능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 재학중 많은 노력을 한다. 물론 자격시험에서 60점 이상 받아야 하고 한 과목이라도 40점 이하면 떨어진다. 따라서 대부분 응시자의 10~20% 정도 합격을 한다. 이 정도로 기술자가 쉽게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근안 씨를 기술자로 계속 언론에서 보도한다면 이는 전국 약 400만 명 이상이나 되는 기술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언론은 용어 선택이 중요하다. 과연 언론기관에서 한 번이라도 기술자라는 용어에 대해 검토한 적이 있는가. 다시금 제언을 하고자 한다. 향후 언론기관에서는 이근안 씨를 기술자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 이근안 사건에 대해서는 기술자가 아닌 다른 용어의 선택을 기술자의 입장에서 요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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