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슴이 후련하다. 또 독자들에게 믿음을 주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주)미래와사람의 냉각캔 제조기술 수출 의혹보도가 나간 지난해
8월13일이후 지금까지 나는 정말 외로웠다. 그날이후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었다. 그들은 미래와사람의 능숙한
거짓말에 현혹되어서인지 기사를 절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인상 험악한 청년들이 편집국에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투자자는 나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봤다며
언론중재를 신청했고, 최성범부장(당시 성장기업팀장)과 나는 결국 프레스센터로
불려나가는 시련을 겪어야 했었다.
미래와사람은 당시 자신들의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
서울경제신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나와 후배기자를 상대로 언론중재를
신청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화해의 손짓을 내미는 비겁한 짓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이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어찌됐든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고발로 미래와사람의 사기행각이 사실로 드러나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금감원발표가 있었던 지난10일 나는 마치 듬직한 자일파트너를 만난듯한
느낌이었다.
뜻하지 않은 고난을 안겨준 보도자료가 내게 전해진 때는 정확하게 지난해
8월10일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미래와사람 초대형 기술수출계약 체결. 선수금만 1억달러"
얼핏보기에도 큰 기사였다. 그러나 미래와사람이 눈에 거슬렸다. '주식시장에서
끼있는 주식으로 유명한 미래와사람' 그 즈음 나는 미래와사람이 호재를 터뜨려
1만원근처에 있는 주가를 10만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루머를 듣고 있었다.
즉시 전화로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아니나 다를까. 의혹투성이였다. 확인결과
그냥 옮기기만 해도 기사가 될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다듬어진 보도자료는 허점과
거짓으로 가득차 있었다.
보도자료에는 미래와사람이 냉각캔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BT홀딩스사가종합무역
및 첨단기술 회사로 대상그룹의 인공씨 감자 대량생산기술을 이전받아 캐나다에서
상용화시키고 있는 회사로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회사로 소개되어 있다.
대상그룹에 확인한 결과 "BTI홀딩스의 제이 리사장이 한 번 다녀가긴 했으나
기술이전계약을 맺은 사실은 없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미래와사람 담당자들은
계약서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잘 둘러대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보도자료를 받은 그날 기사를 작성할 수 없다고 테스크에 보고했다. 그날
저녁 가판이 나온 이후 문책성 지시가 떨어졌다. 다른 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났는데 기사작성을 거부한 이유를 명백하게 증명하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미래와사람이 기술수출계약을 맺었다는 BTI 홀딩스사의 실체를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탄탄한 팀웍이 필수적이었다. 송영규,
이규진기자등과 함께 주한캐나다대사관, 무디스(Moody's)의 모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신용평가회사인 던앤브래스트릿(D&B)사에 수수료를 주고 조회를 의뢰했다.
인터넷도 적극 활용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캐나다기업이라던 BTI홀딩스사는 캐나다교포인 제이 리씨가
쇠고기수출을 위해 설립한 식품유통회사였다. 취재결과는 차례차례 기사로 작성해
보도했다.
나는 나중에 제이 리씨를 서울에서 직접 만나기도했다. 미래와사람이 지금까지 한
거짓말은 셀수도 없을만큼 많다. 나는 그 거짓말들을 지금까지 차곡차곡
취재파일에 담아놓고 있다.
취재과정중에 서글픔도 없지 않았다. 교활한 기업가가 자본을 앞세워 언론을
위협하는 안타까운 상황. 올챙이 기자시절부터 나는 언론이 자본에 무력해지는
모습을 수시로 보아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만.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아예 자본이
언론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놓고 조종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섬짓한 일이다.
주가조작은 그 어떤 범죄보다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한
주가범죄는 겉으로 절대 드러나지 않지만 끔찍한 살인사건보다 더 큰 죄다.
장하성 고려대교수는 주가조작을상수도원에독약을 타는 것에 비유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대주주들의 조가조작으로 인해 발생한 소액주주들의 피해에 대해
상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증권의 주가조작사건도 같은 마찬가지 사례였다.
외국같았으면 5년이상의 형이 내려졌을 터인데 이익치회장은 집행유예로 유유히
풀려나왔다. 제발 이번만은 법원과 검찰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마지막
한마디 더. 내 판단을 믿어준 최성범부장과 흔들리지 않는 팀웍을 보여준
후배기자들에게 감사한다.
박동석 서울경제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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